여행의 향기

14.5㎞ 황토 2만t으로 조성
하루 걸으면 밤에는 '꿀잠'
부드러운 황톳길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대전 계족산 황톳길.

부드러운 황톳길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대전 계족산 황톳길.

소슬한 바람이 부는 가을, 가볍게 마치 소풍을 가듯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대전으로 가면 어떨까? 대도시여서 특별한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있을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전에는 의외로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계족산 황톳길부터 계족산성, 대청호, 벽화마을까지 작지만 알찬 대전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계족산 황톳길 대전 대표 관광지

대동하늘공원의 풍차

대동하늘공원의 풍차

가을에는 세상의 모든 색이 산으로 흘러들어온다. 그 색채의 매력에 빠진 많은 사람이 산을 찾는다. 많은 산 중 대전 계족산은 걷기 좋은 길로 정평이 나 있다. 울긋불긋한 단풍까지 산을 물들이면 걷는 걸음마다 탄성이 울려퍼진다. 대전 동쪽에 있는 429m 높이의 계족산은 산줄기가 닭발처럼 뻗어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또 산줄기가 봉황새 형세로 뻗어있어 당초 봉황산으로 불렸으나 일제강점기 ‘봉황’을 닭발로 격하해 계족산으로 바뀌었다는 설, 봉황산이라 불렀으나 조선시대 송씨 문중의 누군가가 보배로운 이름은 감춰야 한다고 해서 계족산으로 바꿔 부르도록 했다는 설, 지금의 송촌 일대에 지네가 많아 천적인 닭의 기운을 빌려 지네를 없애기 위해 계족산으로 불렀다는 등 다양한 설이 있다.

계족산 임도 14.5㎞에 고운 황토 2만t을 깔아 조성한 황톳길은 살짝 물을 뿌려주면 부드럽게 발을 감싼다. 이를 밟으며 숲길을 걷다 보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처럼 촉촉하고 부드럽다. 한발을 디디면 푹푹 발이 빠지지만 조금 더 걷다 보면 그 보드라운 감각 때문에 걷는 길이 즐겁기만 하다. 길이 유명해지면서 2006년 계족산 맨발축제가 시작됐다. 매년 5월 열리는 이 축제에는 맨발걷기, 맨발마라톤, 맨발 도장찍기 등이 펼쳐지는데 국내는 물론 외국 여행객도 많이 찾을 만큼 인기가 높다.

계족산 황톳길은 충청권 주류 대표기업인 맥키스컴퍼니의 조웅래 회장이 조성한 숲길이다. 2006년 가까운 지인들과 계족산을 찾았던 조 회장은 하이힐을 신고 온 여성에게 자신의 운동화를 벗어주고 맨발로 돌길을 걸었다. 등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그날 밤 꿀잠을 잤다. 그는 맨발이 땅에 닿은 첫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과 맨발의 즐거움을 나눠보자’는 생각을 했다. 계족산 14.5㎞ 숲길에 전국의 질 좋은 황토를 가져와 깔고 물을 뿌려 정성스럽게 흙을 다졌다. 그렇게 탄생한 계족산 황톳길에서 전국 최초로 ‘숲속 맨발 걷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매년 ‘계족산 맨발 축제’가 열린다.

계족산 자락에 유적, 문화재 즐비

대동벽화마을의 소박한 벽화

대동벽화마을의 소박한 벽화

황톳길 도중에는 작은 공연무대가 마련돼 있는데 4~10월 매 주말 성악가와 피아니스트 등 8명으로 구성된 맥키스 공연단이 공연을 펼친다.

계족산 자락에는 각종 유적과 문화재도 즐비하다. 용화사 비래사 등 사찰이 있고 가양공원에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학문을 닦고 제자를 가르친 것을 기리기 위한 우암사적공원이 들어서 있다. 계족산 정상에 있는 계족산성은 대전에 있는 30여 개 백제시대 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원형이 잘 보존된 산성이다. 이 성은 백제부흥군이 마지막까지 항전했던 옹산성으로 추측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봉수대를 뒀다. 옥천의 환산 봉수대, 청원의 소이산 봉수대와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대청호 밑에 체험을 할 수 있는 도예공방이 있다. ‘하늘강 아뜰리에’라는 이 공방은 부부도예가인 조윤상(55) 신정숙(52) 씨가 운영한다. 미술을 전공한 이 부부는 대청호에 정착한 뒤 이곳 정취에 반해 눌러살게 됐다. 16년 동안 흙과 인연을 맺으며 일반인에게 도예를 가르치는 체험 공방을 열었다.

벽화마을과 하늘공원의 풍경 이채

풍경만들기 체험

풍경만들기 체험

대청호를 떠나 대동벽화마을로 가면 마을의 벽마다 벽화가 가득한 벽화마을이 나온다. 원래 이곳은 6·25전쟁 때 피란온 사람들이 모여 살던 산동네 빈민촌이었다. 좁은 골목 사이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도시재생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이 지역은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벽화마을을 지나 골목 끝까지 올라가면 대동하늘공원이 보인다. 석양은 마치 무지개처럼 도시를 감싸안는다. 유럽의 멋진 풍경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 어떤 도시보다 애잔하다. 그래서일까? 무수한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이곳의 풍경을 가슴에 품는다.

대전=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메모

대전은 두루치기올갱이 등 다양한 음식이 많지만 이상할 정도로 칼국수 집이 많다. 물론 맛도 뛰어나다. 밀가루가 귀하던 우리나라에서 면요리가 서민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미군 원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 대전이 칼국수로 유명해진 것은 철도 운송의 거점인 대전역이 있고, 각종 근로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임금을 대신해 지급한 것 등이 이유가 됐다고 한다. 칼국수가 유명하다 보니 축제도 열린다. 지난달 제5회 칼국수축제가 대전 중구 뿌리공원에서 열려 7만여 명이 행사장을 찾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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