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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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CCTV를 통해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을 살피면 되니까 술 마셔도 돼."

최근 A씨는 모임에 갔다가 이 같은 친구의 행동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오랜만에 모여 반가운 마음에 다같이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한 이들. 그런데 유독 반복적으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친구의 모습이 A씨의 눈에 들어왔다. A씨는 '아이들을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온 게 불안한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친구에게 들은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애들만 두고 나와서 홈CCTV로 보고 있어."

저학년 초등학생, 유치원생, 그리고 갓 두돌을 넘긴 셋째까지. 밤 늦은 시간에 아이들만 집에 두고 나왔다는 친구의 말이 A씨는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들만 집에 남겼다가 돌연 큰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괜히 자신이 불안해졌다. 차라리 빨리 자리를 떠야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편함까지 생겼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자신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건가 싶어 SNS로 검색을 했는데, 아이를 재워놓고 남편이랑 데이트한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또 한번 놀랐다. 심지어 아이들은 고학년 초등학생도 아닌, 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4~5세 정도였다. 강아지한테 맡기고 나왔다는 황당한 글까지 보였다.

A씨는 넘쳐나는 게시물들을 보니 이쯤되면 자신이 유별나게 구는 건지 혼란스럽다. 아이들이 자는 사이에 나가서 고기도 먹고, 술집 가서 술도 마시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정녕 자신만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아무리 홈CCTV로 아이들을 관찰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 사고라도 나면 대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던 것이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어린 애들은 같이 있어도 사고가 나는데 너무 위험하다", "이 정도면 방임 아니냐", "주변에 그런 사람들 많다", "애들은 갑자기 엄마 찾고 울기도 하는데 내가 다 안타깝다", "여건과 상황에 따라 알아서 할 일 아닌가", "아이가 좀 크면 괜찮은데 너무 어리다", "CCTV로 보다가 큰일 터졌을 때 바로 갈 수 있는 건가"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에는 아이 및 반려동물의 안전을 확인할 용도로 홈CCTV를 이용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사물인터넷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IoT 산업 매출액은 8조6082억 원이다.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 결과가 처음 나온 2015년 4조6709억 원과 비교하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물론, 가정 내에 있는 전자 기기들이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돼 모바일로 조종, 실시간으로 영상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정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편리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장점에 맞서 인권 및 사생활 침해 문제 또한 뒤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예로 지난 8월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휴대폰으로 인터넷이 연결된 'IP카메라' 150대를 해킹해 162차례 정보통신망에 침입,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한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30)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신씨는 여성이 옷을 갈아 입는 모습이나 실내 활동 모습 등을 4차례 동영상으로 저장한 혐의도 받는다.

특히 아이의 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홈CCTV라면 더더욱 다양한 부작용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지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지만 보안에 신경쓰지 않으면 되려 앞선 경우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또 단순히 감시용일 뿐이기에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가 존재한다면 만일의 안전 사고를 대비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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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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