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모던 대규모 회고전…초기 작곡부터 대규모 TV까지 200여점 망라
영국 현대미술 중심에 선 '미디어아트 선구자' 백남준
영국 현대미술 중심에 선 '미디어아트 선구자' 백남준
화려한 지느러미를 흔들면서 헤엄치는 금붕어, 우주를 떠도는 위성, 제의를 지내는 몽골인 등이 어지럽게 명멸한다.

정글짐 형태의 구조물에 설치된 40개 프로젝트가 사방의 벽면과 천장에 쏜 영상은 아찔하기까지 하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의 백남준 회고전을 통해 공개된 '시스틴 채플'이다.

1993년 베네치아비엔날레(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작가로 참여한 백남준은 전시관 한쪽 공간에서 '시스틴 채플'을 선보였다.

이탈리아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모티브로 동·서양의 이질적인 표상을 담은 작업이다.

백남준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시스틴 채플'은 전시를 위해 26년 만에 복원돼 재현됐다.

이날 현장을 찾은 전혜정 런던 동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사람들이 '놀랍다', '컨템포러리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영국 현대미술 중심에 선 '미디어아트 선구자' 백남준
이숙경 테이트모던 수석큐레이터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백남준은 '시스틴 채플'을 통해 근대에도 국제적으로 다방면 교류가 일어났음을 보여줬다"면서 "예전 작업 푸티지가 많이 사용돼 일종의 백남준 회고작으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17일 공식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 예술을 폭넓게 조망한다.

초기 작곡부터 대규모 텔레비전 설치 작품까지 200여점을 망라한 백남준 사후 최대 규모 전시다.

첫 로봇 작업인 '로봇 K456 1964'와 TV 모니터 수십 대를 정원처럼 꾸민 'TV가든 1974/2002'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전시는 문화적 자부심이 높고 자국 우선주의인 영국의 국립미술관이 백남준 예술을 대대적으로 조망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한 테이트모던은 연간 590만 명이 다녀가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현대미술 공간이다.

이번 전시를 약 4년간 준비한 이 수석큐레이터는 "백남준은 영국에서는 크게 알려진 작가가 아니다"면서 "디지털 환경이 크게 발전한 오늘날 백남준의 선구자적인 작업을 보여준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백남준을 둘러싼 다양한 미술사적인 연구가 펼쳐질 것으로 본다"면서 "젊은 작가들에게도 적잖은 영감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미술사적 중요성에 비해 시장에서 지나치게 저평가된 백남준 작업의 거래도 활기를 띨 것으로 미술계 안팎에서는 기대한다.

테이트모던 전시는 내년 2월 폐막한다.

이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 미국 시카고 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싱가포르 내셔널갤러리 등지를 돌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