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와 '악플의 밤'서 적극 소통했지만 비극적 결말
"악성댓글 자정능력 발휘해야…아이돌 스타 정신건강 관리 필요"
악플 중심에 섰던 설리…종현 떠난지 2년만 또 비보
주관이 뚜렷한 행보로 늘 온라인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14일 세상을 등졌다.

SM엔터테인먼트는 샤이니 멤버 종현 사망에 이어 2년 만에 또 한 명의 아이돌 스타를 떠나보냈다.

아역 배우로도 활동한 설리는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로 정식 데뷔해 남다른 외모로 크게 사랑받았다.

그는 하얀 피부에 빨간 입술 덕분에 '복숭아 상'으로 불리기도 했다.

상큼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활동한 설리는 연차가 쌓이면서 그룹 활동보다 연기와 화보 등에 주력했고, 이 과정에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독특한 행보를 보여 화제가 됐다.

대표적인 일이 '노브라'(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는 행위) 이슈였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따금 상의 언더웨어를 착용하지 않은 듯한 사진을 올렸고, 그때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외에도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을 두고 일부 누리꾼은 "마약을 한 게 아니냐"는 극단적인 악성댓글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있었던 동료 연예인과의 교제 사실 등을 들어 그를 성적으로 희롱하는 댓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진실을 비롯해 유니 등까지 악성댓글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연예인이 과거에도 많았지만, 온라인 악성댓글 문화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또 한 명의 희생자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악플 중심에 섰던 설리…종현 떠난지 2년만 또 비보
그 중에서도 설리는 우울감에만 빠져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노력한 연예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사망 전까지도 JTBC2 예능 '악플의 밤'의 꾸준히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해명했다.

사망일도 '악플의 밤' 녹화일이다.

설리는 첫 방송에서 "눈물이 나면 그냥 울자고 생각했다"면서도 자신을 향한 악성댓글을 조곤조곤 읽어내려가며 담담하게 대응했다.

"인스타그램이 대표작"이라고 조롱한 글에는 시원하게 인정하며 특유의 호탕한 성격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눈빛을 보면 마약 하는 것 같다'는 수위 높은 악플에는 "범법행위는 저지르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또 '노브라' 이슈에 대해선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고 소신을 밝혀 젊은 여성들로부터 응원을 얻기도 했지만, 끝내 악성댓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물론 설리가 세상을 등진 이유는 아직 정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악성댓글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통화에서 "우리 사회의 악성댓글은 임계점을 넘은 지 오래된 게 사실이고 최근 더 독해졌다"며 "포털 사이트 등에서 자정하는 흐름이 형성돼야 했는데 여전히 사건이 날 때만 '반짝'하고 만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대중의 표현의 자유와 걸린 문제라 규제 개념보다는 자정 분위기로 가야 하는 건 맞다"고 덧붙였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내면의 건강을 챙기기는 쉽지 않은 아이돌 스타를 소속사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또 한 번 제기된다.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 종현의 경우에도 오랜 기간 우울감으로 고통받다 세상을 등져 연예계는 물론 국내외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정 평론가는 "특정 소속사의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고, 모든 연예인이 우울증을 겪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연예인들이 화려한 모습 뒤에 정신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특히 그들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대외활동에 자유롭지 않아 그걸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소속사들이 정신상담 인력을 상시로 두고 꾸준히 관리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