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는 심청·페미니스트 춘향…고전 비튼 작품 잇따라 올려
타악·무용·비보잉 섞은 종합예술 선봬…"지역 예술인 키워야"
[앙코르! 향토극단] 고전에서 답을 찾다…극단 '예촌'
# 4명의 고수가 등장해 한바탕 북을 두드린다.

사물놀이 리듬에 맞춰 양손으로 신명나게 북채를 흔드는 모습이 흡사 '난타' 공연을 연상케 한다.

뒤이어 말 머리를 든 사내가 '따그닥 따그닥' 입으로 달리는 흉내를 내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묻는다.

"여기 심봉사가 누구요?"
극단 예촌이 고전인 심청전을 각색해 만든 '퓨전 심청전'의 한 장면이다.

2015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22회 국제연극페스티벌에서 국내 연극 최초로 금상을 받은 데 이어 2016년 프랑스 아비뇽의 상징인 발콩극장에 초청돼 전석이 매진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현재까지 일본, 베트남, 러시아에서 100차례 이상 공연되며 예촌의 '효자 상품'으로 거듭났다.

[앙코르! 향토극단] 고전에서 답을 찾다…극단 '예촌'
낯선 땅 이방인의 어떤 모습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것일까.

이승원(45) 예촌 대표는 고전의 힘을 흥행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시대를 초월한 울림으로 다가오듯이 우리나라에도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과 같이 잘 만든 고전들이 있다"며 "효와 애끓는 사랑 같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바탕으로 비보이, 풍물 공연과 섞어 한국적인 문화를 녹여냈다"고 말했다.

극단 예촌은 1996년 지역 예술인 주선홍 씨가 창단했다.

1998년 제1회 정기공연 '컴퓨터 결혼'(조원석 작, 주선홍 연출)을 시작으로 '30년 만의 외출', '청년 열사 윤봉길', '느낌 극락 같은…',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그러다 주 대표가 2011년 건강 악화로 별세하면서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던 이승원 씨가 고향인 예산으로 내려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해 10월 예산 의좋은형제 공원에서 선보인 마당극 '심봉사 눈 뜨다'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마당극으로 전향하는 계기가 됐다.

이야기의 뼈대는 심청전에서 그대로 가져오되 타악, 무용, 공연, 연기, 비보잉까지 어우러져 한 편의 종합 무대예술로 담아냈다.

아버지를 위해 군에 입대하는 심청, 춤을 추며 호객하는 뺑덕,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심 봉사까지 고전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인물의 모습을 비틀어 웃음을 준다.

극단 예촌은 이 밖에도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춘향을 주체적인 여성으로 표현한 '추몽'에 이어 '신 흥부전' 등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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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해학과 풍자를 나누는 마당극의 매력을 통해 세계적인 '흥행'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0년 넘게 척박한 지역의 예술 환경 속에서 공연 문화를 잇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공연을 소비하거나 문화를 만들어 낼 젊은 층이 유입돼야 하는데, 충남에는 소극장 차원의 연극제 조차 없는 형편이다.

이 대표는 "인근 청운대, 호서대, 상명대 등에 연극영화과가 있는데도, 지역에서 문화예술인을 키우려는 노력이 없어 재생산이 안 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례로 최근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뮤지컬 워치'가 예산에서 상영됐지만, 주연배우 대부분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들로 꾸려졌다.

이 대표는 "수억 원을 들여 제작한 뮤지컬을 서울과 예산에서 단 두 차례 공연한 뒤 막을 내리는 건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며 "지역에 이름난 뮤지컬 배우가 없는 탓을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스타급 배우를 만들어내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청년이 떠나는 지역에서 문화예술이 성장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런 맥락에서 충남 내포신도시에 새로 들어설 도립 미술관에 도서관과 소극장, 문예회관 등이 갖춰지는 데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지역의 문화예술이 자리 잡으려면 정책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을 거듭 강조했다.

[앙코르! 향토극단] 고전에서 답을 찾다…극단 '예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