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의 인문학
[책마을] 한국인은 언제부터 고기에 집착하게 됐나

잘 구운 고기를 입에 넣었을 때 대부분 정말 맛있다고 느낀다. 그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과 함께 ‘5대 맛’의 하나인 감칠맛이다. 고기의 단백질이 분해돼 나오는 아미노산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간은 모유를 통해 감칠맛을 처음으로 접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 고기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기 감칠맛 성분의 핵심은 이노신산이다. 이노신산은 동물 몸의 에너지원이 되는 중요한 물질인 아데노신3인산이 분해되면서 생긴다. 이노신산이 글루탐산과 합쳐지면서 감칠맛을 낸다. 이노신산과 글루탐산은 조미료의 핵심 성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기는 예로부터 귀한 식재료였기 때문에 여러 문명의 종교, 제도, 정치 속에 ‘금기’의 풍습이 있다. 여러 종교들은 최소한 일정 기간 고기를 먹지 못하게 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우금령’이 내려졌다.

<고기의 인문학>은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밥’과 ‘채소’에 이어 내놓은 ‘음식의 인문학’ 시리즈 신간이다. 매력적인 고기 맛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규명할 뿐 아니라 한국사에 등장한 각종 고기 요리문화를 흥미롭게 펼쳐 놓는다. 선사시대 암각화의 동물 사냥 모습, 부여시대 마가와 우가 등 동물 이름을 본뜬 벼슬 이름, 고구려 고분에 그려진 고기 보관 저장고 등을 통해 고기에 대한 선조들의 갈망을 엿본다.

고려와 조선시대 내려진 우금령의 차이점, 육식을 즐긴 세종을 비롯한 주요 왕의 식습관, 차례에 꼭 쓰였던 소고기, 여러 풍속화 속 고기구이 장면들, 조선시대 정육점 풍경, 판소리 다섯 마당에 나오는 고기문화, 서민들의 단백질 공급원인 개고기 식용 전통, 제주 도민들이 즐겼던 말고기, 1970년대 후반 국민 외식으로 등극한 삼겹살구이 등 고금의 육식 풍속도 소개한다.

저자는 요리 전문가답게 각종 사료에 등장한 고기의 다양한 조리법도 빼놓지 않고 소개한다. 넓게 저며 양념해 구운 너비아니, 꼬치에 꿰어 직화로 굽는 소고기적, 소금 등심구이의 원조인 방자고기, 고기만 끓인 곰탕, 뼈째 끓인 설렁탕, 삶은 요리의 대명사 편육 등의 특징과 기원도 알려준다. (따비, 336쪽, 1만7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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