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뿌리' 개발한 이스라엘 벤처, 토마토 생산량 두 배↑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선 수분과 양분을 잘 흡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식물은 땅속 뿌리를 이용해 이런 활동을 한다. 이스라엘의 농업벤처기업 루틸리티는 이 상식에 주목했다. “뿌리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모든 식물의 뿌리를 가장 튼튼한 것으로 달아주면 어떨까.” 리머 슈어-스톨러(Limor Zur-Stoller) 루틸리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서 연 회사 설명회에서 “자체 개발한 ‘슈퍼 뿌리’를 접목한 후 농작물 생산량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슈퍼 뿌리가 생산량 바꾼다.

회사명 루틸리티(Rootility)는 뿌리(root)에서 따왔다. 튼튼한 뿌리를 개발해 생산량을 높이고 기후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작물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창업자인 라파엘 메이스너는 이스라엘 헤브루대에서 유전과 육종을 전공한 농작물 전문가다. 이스라엘 종자회사 헤이즈라 시드에서 고추 종자를 개발하는 업무를 맡았으며 이후 바이오회사 에보젠을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 2006년엔 루틸리티를 창업해 CEO로 회사를 이끌다 지금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활동하고 있다.

루틸리티는 연구실에서 튼튼한 뿌리줄기를 개발한 뒤 이를 다른 식물과 접목시키는 형태로 ‘뿌리가 강한 식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일반 토마토 품종에 자신들의 뿌리를 결합하는 식이다. 슈어-스톨러 CEO가 내세우는 루틸리티 뿌리의 장점은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센트럴밸리에 있는 토마토 밭에서 6년째 루틸리티 제품을 실험하고 있는데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전 세계 토마토 생산의 중심지다. 30만에이커(약 3억6725만 평)의 농지에서 연간 1400만t의 토마토가 재배된다. 전 세계 토마토 생산량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슈어-스톨러 CEO는 “이 지역의 토마토 생산량은 에이커당 최대 50t 정도인데, 루틸리티의 뿌리를 접목한 토마토는 1.5~2배가량 생산량이 많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다른 10곳의 농지 약 200에이커에서도 비교 실험을 했다. 일반 토마토를 심은 농지에선 에이커당 10.6~40.4t의 토마토를 수확했지만 루틸리티의 뿌리를 사용한 곳에선 수확량이 18.8~70.0t까지 늘었다.

가뭄에도 강한 뿌리…투자액 500억 육박

루틸리티는 가뭄에 강한 것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슈어-스톨러 CEO는 “슈퍼 뿌리가 적용된 토마토와 일반 토마토를 함께 심고, 3개월 후부터 물 공급 펌프가 고장난 상황을 가정해 비교 실험을 했다”고 소개했다. 실험 결과 물 공급 중단 1개월이 지난 후 수확량을 비교해 보니 일반 토마토 밭에선 에이커당 28.3t의 토마토를 수확했지만 루틸리티 뿌리가 적용된 밭에선 두 배 가까이 많은 51t을 수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슈어-스톨러 CEO는 “루틸리티의 생산품은 유전자 조작 방식이 아니며 시뮬레이션과 실증 실험을 통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00만달러(약 121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에 참여한 시버스펀드의 알래스티어 쿠퍼 투자담당 임원은 “루틸리티는 혁신적인 뿌리를 만들어 내 엄청난 생산량 증대를 보여줬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투자로 루틸리티의 총 투자 금액은 4000만달러(약 484억원)를 돌파했다.

루틸리티는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선 토마토에 이어 고추 재배 실험을 시작했다. 접목을 자동화하는 공장도 마련했다. 슈어-스톨러 CEO는 “로봇을 활용하면 한 시간에 800개의 식물을 슈퍼 뿌리와 결합할 수 있다”며 “접목 비용이 개당 70센트에서 23센트로 낮아져 더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FARM 강진규 기자

전문은 ☞ naver.me/IMzZoB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