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공동창업자 겸 대표

양돈 농가에 '팜스플랜' 적용
돼지별로 맞춤형 사료·백신 제안
항생제 사용량 평균 60% 낮춰
"데이터로 맞춤형 사육…한 번도 안 아픈 돼지 팝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축산벤처기업인 한국축산데이터가 국내 양돈 농가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이 회사의 가축 건강관리 서비스인 ‘팜스플랜(Farmsplan)’을 적용한 농가의 돼지가 더 건강해지고, 고기 품질도 높게 나오고 있어서다. 직영 농장을 통해 직접 키운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등 신규 사업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공동창업자 겸 대표(사진)는 “국내 양돈 농가들이 보다 더 효율적인 사육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데이터 및 수의학 전문가의 의기투합

"데이터로 맞춤형 사육…한 번도 안 아픈 돼지 팝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데이터분석 전문가인 경 대표가 서울대와 KAIST 출신 바이오 및 수의학 전문가 2명과 공동으로 2017년 11월에 설립한 회사다. 경 대표는 KAIST 경영공학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서울대 생물정보학 박사과정을 거쳤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알리안츠자산운용에서 일했고, 금융·헬스케어 분야에서 8년간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활약했다.

경 대표와 공동창업자들은 바이오기업 쿨리오를 통해 만났다. 이들은 국내 축산 농가들 대부분이 전통적인 사육 방식의 틀에 갇혀 있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 창업자는 자신들의 지식을 하나로 모으면 국내 축산업의 대전환을 이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축산업계에 혁신이 일어나면 소비자에겐 더 건강한 먹거리가, 축산 농가엔 더 많은 소득이 돌아갈 것으로 판단했다.

한 번도 아프지 않은 돼지고기

한국축산데이터는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가축 건강 관리 프로그램인 팜스플랜을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다. 가축의 나이와 체중 등의 기본 정보에 더해 혈액과 분변을 분석해 질병 유무·면역력 상태 등을 파악한다. 이를 기반으로 돼지별로 맞춤형 사료와 백신 등을 제안하고, 농가의 상태에 따라 사육 리포트를 작성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리포트는 휴대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각 농가에서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 같은 돼지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효과로 입증되고 있다. 한국축산데이터의 팜스플랜을 적용한 농가에서 항생제 사용량이 종전에 비해 평균 60%가량 감소했다. 일부 농가에선 최대 83%까지 줄었다. 항생제 비용이 줄어들고 병에 걸린 돼지가 적어지자 돼지 폐사율도 이에 비례해 낮아졌다. 비용은 줄고, 효율은 높아지면서 프로그램 참여 농가들의 소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팜스플랜의 효능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 회사가 관리하는 돼지 수가 1년여 만에 5만 마리까지 증가했다. 올해 말까지 10만 마리로 늘릴 계획이다.

고기 품질도 개선

회사 측은 자체 조사 결과 팜스플랜을 적용한 농가의 돼지고기 육질과 탄력이 모두 좋아졌다고 밝혔다. “건강하게 자란 돼지가 맛도 더 좋다는 속설이 확인된 것”이라고 경 대표는 설명했다.

국내 축산 농가들의 기존 사육 방식으로는 건강하고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쉽지 않다는 게 한국축산데이터의 분석이다. 돼지 개체별 건강관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돼지가 아파 보이면 항생제를 일률적으로 뿌리는 방식으로 기존 농가들이 대처해왔다는 것이다. 항생제를 투여한 돼지고기는 스트레스를 받아 육질의 탄력이 떨어진다.

팜스플랜을 적용해 키운 ‘한 번도 아프지 않은 돼지고기’를 직접 판매하는 계획도 세웠다. 브랜드명은 ‘나이스투밋’으로 정했다. 항생제를 한 번도 투여하지 않은 건강한 돼지만 판매한다. 삼겹살 가격은 100g당 약 1만원으로 책정했다. 일반 시중 마트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에 비해 네 배가량 비싼 값이다. 외국에선 친환경 축산물 가격이 일반 고기보다 3~5배가량 비싸다는 점에 착안했다. 질 좋은 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경 대표는 “팜스플랜은 농가 소득을 늘리고 소비자에게 질 좋은 돼지고기를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국내 축산 기술은 물론 1차 산업 전반의 가치를 높이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FARM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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