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한일관계 경색에도 굳건한 한류
일본 내 변함 없는 K팝 인기
높은 앨범 판매량·콘서트 열기 여전
8월 한국 방문 일본인 관광객 증가
"한류 지지 계속할 거예요"
BTS 일본 스타디움 투어 /사진=연합뉴스

BTS 일본 스타디움 투어 /사진=연합뉴스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양국 내 불매 운동 움직임이 나타난 지 세 달째. 일본으로 향하는 발길이 뚝 끊기고, 일본 제품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일본 불매'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일본을 향한 소비가 눈에 띄게 위축된 가운데 유독 펄펄 끓는 교류 시장이 있다. 바로 문화 교류, K팝을 토대로 한 한류 인기다.

지난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있은 뒤 한국에서는 일본 불매 운동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본 브랜드 상품과 그 대체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노노재팬'이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각종 SNS 상에서 일본 여행 취소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양국의 경제 교류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일본 내 한류 붐은 어느덧 아이돌 문화로 일컬어지는 K팝으로 번져 음반, 공연, 관광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일본은 부정할 수 없는 한류의 주요 타깃이자 소비국인 것이다.

자연스레 불매 운동의 여파가 한류에 제동을 가할지 우려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주 소비층이 10대고, 일본의 청년층이 외교 문제를 문화 소비와 동일선상에 두고 볼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로부터 세 달이 지난 현재, K팝의 온도는 여전히 뜨겁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아이즈원 /사진=한경DB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아이즈원 /사진=한경DB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음반 판매 부분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7월 발매한 열 번째 싱글 '라이트/보이 위드 러브(Lights/Boy With Luv)'로 출하량 100만장을 넘겼다. 이로 인해 일본 레코드협회로부터 '밀리언' 인증을 받았다. 싱글로 '밀리언' 인증을 받은 최초의 한국 가수이자 해외 첫 남성 아티스트였다.

트와이스도 지난 7월 발매한 현지 싱글 4집 '해피 해피(HAPPY HAPPY)'와 싱글 5집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가 각각 출하량 25만장 넘기면서 일본 레코드협회로부터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했다. 이 기세를 밀어 붙여 트와이스는 오는 11월 20일 일본 2집 '앤드트와이스(&트와이스)'도 공개할 예정이다.

아이즈원 역시 일본 내 인기가 굳건하다. 오리콘 발표에 따르면 아이즈원의 세 번째 일본 싱글 '뱀파이어'는 발매 첫 주(9월 23~29일) 20만5000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오리콘 주간 합산 싱글 및 위클리 랭킹 1위까지 거머쥐었다.

콘서트 열기도 여전하다. 지난 5월 25, 26일 한국을 시작으로 투어를 진행 중인 트와이스는 오는 23일부터 일본 홋카이도에서 투어 2막을 시작한다. 기존에 이들이 예고했던 투어 일정은 일본 7개 도시에서 총 12회의 공연을 하는 것. 그러나 폭발적인 현지 인기에 힘입어 치바, 후쿠오카, 시즈오카에서 추가 공연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냉랭한 한국과 일본의 외교 관계와는 온도차가 극명하다.

일본 내 변함 없는 한류 분위기를 감지한 것일까. CJ ENM의 대형 음악 시상식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도 일본 나고야 돔에서의 개최를 확정했다. 한일 관계 경색으로 개최지 선정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있었지만 정치 이슈와 별개로 민간 문화 교류는 계속 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는 게 CJ ENM 측의 입장이다. 'MAMA'는 2017년부터 다(多) 지역 개최로 진행, 일본을 포함시켜 왔다.

CJ ENM 신형관 음악콘텐츠본부장은 "K팝과 아시아 음악이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전세계 주류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설명했지만 나고야 돔 개최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돔 대관료를 시작으로 현지에서 발생하는 지출들이 '일본 불매' 시국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고, 나고야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강제 중단해 논란을 야기한 곳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본의 K팝 수요가 끊기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를 섣불리 먼저 차단하기보다는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도 공존한다.
한류 열기 /사진=연합뉴스

한류 열기 /사진=연합뉴스

실로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은 줄어든 반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은 증가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이 지난달 발표한 '일본 입국 외국인 관광객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자 수는 30만8700명으로 작년 동월과 비교해 48% 줄었다. 불매 운동이 시작된 첫 달인 7월 감소 폭(7.6%)의 6배에 가까운 수치다.

반대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수는 32만9652명으로 지난해 8월 31만5025명보다 4.6% 증가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고, K팝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 20~30대 관광객의 방문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연장을 찾은 후쿠오카 거주 40대 여성 카와무라 미히라는 "오랜 한류 팬이다. 보아를 시작으로 동방신기의 노래를 들으며 한국 음악에 심취했다. 일본에도 훌륭한 가수가 있지만 한국의 가수는 언어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무언가가 있다. 또 친절한 팬서비스 덕분에 오랫 동안 마음 놓고 팬을 할 수 있었다"면서 "최근 한국과 일본이 정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문화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K팝을 사랑하고, 한류에 대한 지지를 계속할 것이다. 하루 빨리 한일관계가 좋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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