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에 도움 되는 과학적 사고, 체계적으로 정리
한국 사회의 혼란스러움에는 사고력의 문제가 한몫하고 있다. 지도자의 언어에서도 논리적 비약을 자주 관찰하게 된다. 중간 과정을 생략해 버리고 도약해 버리는 주장들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유정식의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부키)는 의사결정에 크게 도움이 되는 과학적 사고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과학이란 단어만으로도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버무려져 가독성이 매우 높다.

책을 열자마자 흥미로운 사례가 등장한다. 빌 게이츠는 매년 갖는 1주일간의 ‘생각 주간’을 끝내고 나면 추천도서를 공개한다. 이 작업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추천도서 가운데 놀랍게도 과학도서가 다수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책은 ‘성공하는 사람은 과학에서 배운다’ ‘나를 바꾸고 원하는 것을 얻는 기술’ ‘과학은 어떻게 세상살이의 무기가 되는가’ 등 대주제의 3부로 구성돼 있고 각 부에는 상세한 소주제들이 자리잡고 있다. 독자들은 목차에서 호기심을 끄는 주제부터 읽기 시작하면 책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는 정규분포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주제의 글이 눈길을 끈다. 대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어떤 현상을 이해할 때 정규분포를 머리에 떠올린다. 예를 들어 중국 시장 진출을 두고 고심하는 경영자라면 흔히 “14억 중국 인구의 1%만 잡아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어떤 경영자가 이런 선입견의 덫에 빠진다면 중국 시장 진출에서 큰 실패를 맛볼 위험성이 아주 크다.

정규분포 모양을 갖춘 현상도 많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중국시장 점유율은 실제로 멱함수에 가깝다. 멱함수에 의하면 1000개의 기업이 있는 경우 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려면 매출 순위가 상위그룹에 속해야 한다. 영국 소프트웨어 개발자 앤디 브라이스의 연구에 의하면 13위가 돼야 겨우 1%를 차지할 수 있다. 업체 수가 100개가 있다면 19위는 해야 상위 1% 안에 들 수 있다. 저자의 조언은 단호하다. “비즈니스가 냉혹한 현실인 이유는 세상이 멱함수 분포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계획하거나 이미 시작한 독자가 있다면 ‘1%의 오류’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

과거에는 콜레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콜레라 퇴치를 위해 과학자들이 노력하던 초창기에 대다수 사람은 콜레라가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딱 한 사람이 공기가 아니라 물을 통해 전염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바로 존 스노라는 인물이다. 스노는 영국 왕족들로부터 인정받는 최고의 명의였음에도 불구하고 콜레라 퇴치를 위해 신발에 흙을 묻히면서 전염병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이런 실증연구를 통해 콜레라 퇴치의 실마리를 잡아냈다. 모든 권위와 통념에 의문을 과감히 던질 수 있는 사람들만이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도 진리로 통한다. ‘생각을 생각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