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스님 '둥글고 밝은 빛'展
15일까지 갤러리 자인제노서

한국불교문화 예술인협회 대표이자 화가인 동성 스님(사진)은 행자시절 가마솥 밥이 뜸들 때를 기다리며 타다 남은 부지깽이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곤 했다. 20~30대엔 원로 서예가 고천 배재식과 평보 서희환 선생에게 서법을 전수 받았고, 운보 김기창 화백에게는 동양화의 화법을 배웠다. 참선수행의 여가로 붓과 먹을 가까이 했던 그는 동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불화와 만다라를 섭렵하면서 부처의 가르침과 정신을 화면에 형상화했다. 서예와 수묵담채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그의 선화(禪畵)는 탄탄한 운필과 필선의 독특한 조형성 때문에 전통선화의 전형을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남 창원 봉국사에 주석하고 있는 동성 스님이 오는 15일까지 서울 창성동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개인전을 연다. ‘둥글고 밝은 빛’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부처의 원만구족한 덕과 밝은 마음이 담긴 작품 30여 점이 걸렸다. 1984년 동국대 불교대학 선학과를 졸업한 동성 스님은 동국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2012년에는 몽골불교대학에서 명예 불교철학박사학위도 받았다. 불교철학에 두루 밝을 뿐아니라 평생 붓을 놓은 적이 없으니 그림과 동행한 세월이 이제 무르익어 불심으로 꽃피고 있는 것이다.

동성 스님은 “참선수행을 본분으로 하는 구도자로서 혹 외도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닌가하는 자성도 했지만 40여 년간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림으로 재현한 것 역시 또 다른 수행의 방법”이라고 했다.

전시장에는 ‘관음도’를 비롯해 ‘나한도’ ‘달마도’ ‘미소동자’‘천진불’ 등을 그린 선화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섬세한 붓질 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나름의 질서가 갖춰진 그의 그림은 막힘 없이 유려하면서도 강건하다. 붓이 지나가면서 선을 남기고, 선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됐다. 깊은 불심이 녹아 있어 관람객을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한다. 화면 우측에 둥글고 원만한 글자 획에서 분출되는 유려함과 강한 골기도 동시에 느껴진다.

동성스님은 “선을 긋고, 색을 칠할 때마다 관세음보살을 되뇌이며 심혈을 기울였다”며 “세속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태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무상무념의 깨달음에 도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6일 전시장에서는 ‘해설이 있는 갤러리 국악 콘서트’ 공연이 펼쳐지고, 양형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과 불교사상’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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