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홀린 김선욱의 브람스…정명훈 해석도 빛났다
471년 전통의 독일 오케스트라가 들려준 브람스는 묵직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정교한 해석이 그 매력을 배가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지난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4년 만의 내한 공연을 브람스로만 채웠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막을 올렸다. 협연자로 나선 김선욱(사진)은 실황 녹음되는 무대를 의식한 탓인지 약간은 긴장한 모습으로 1악장을 시작했다. ‘너무 얌전한 것 아닌가’란 느낌이 들 때쯤 발전부로 진입한 연주에서 강렬한 타건과 함께 격정적인 울림을 전했다. 서정적이면서 애틋하고 사색적인 2악장을 지나 3악장에서는 휘몰아치는 카덴차에 이어 힘찬 마무리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20여 차례 김선욱과 한 무대에 섰던 정명훈은 협연자를 배려하며 세심하게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수차례 거듭된 커튼콜에도 그치지 않는 박수에 김선욱은 브람스의 인터메조(간주곡)를 들려줬다.

2부 브람스 교향곡 4번 연주에서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고급스러운 현의 저음이 작품 전반에 깔린 어두운 색조를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강한 리듬과 비장하게 흐르는 주제 선율로 시작해 고독과 회한을 그린 2악장, 활기차게 타오른 3악장을 지나 극적인 변주들로 장엄하게 마무리했다. 유려한 현을 관이 탄탄하게 받치면서 균형 잡힌 소리를 만들어냈다. 2000여 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을 앙코르 곡으로 연주해 화답했다.

이날 음악회를 협찬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공연장을 찾았다. 연주가 끝난 뒤 그는 “시간이 나면 가끔 공연장을 찾는다”며 “오늘 연주는 정말 훌륭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