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스웨덴 예테보리 도서전

주빈국 '한국관'에 관람객 몰려
'흰' '설계자들' 등 K소설에 관심
“비스듬히 천장에 비춰진 광선을 따라 흔들리는, 빛나는 먼지 분말들 속에서 볼 것이다. 그 흰, 모든 흰 것들 속에서 당신이 마지막으로 내쉰 숨을 들이마실 것이다.”
소설가 한강(왼쪽 두 번째)이 ‘2019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가 한강(왼쪽 두 번째)이 ‘2019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2019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이 열린 스웨덴 예테보리 전시·회의센터의 한 대형홀에 작가 한강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울렸다. 한강은 관람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도서전 세미나에서 소설 <흰>의 일부를 낭송했다. 375석 규모의 홀을 가득 채운 관람객은 숨죽이고 작가의 낭송에 귀를 기울였다. 행사에 참석한 관객들은 세미나 후 긴 줄을 지어 한강의 사인을 받았다. 스웨덴 독자 케이 닐손은 “한강의 모든 작품이 가슴에 와 닿는다”며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K팝은 스웨덴에서 큰 인기인데, 문학은 특성상 한계가 있지만 더 많은 한국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29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이번 도서전은 유럽에서 확산되는 ‘문학 한류’를 실감케 하는 자리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은 올해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고, 유럽에서 발을 넓히고 있는 한국 문학을 이해하고자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했다.

한국은 행사 기간 주빈국관에서 ‘국가폭력과 문학’(현기영), ‘사회역사적 트라우마’(한강·진은영), ‘난민과 휴머니즘’(조해진), ‘젠더와 노동문제’(김금희·김숨), ‘정보기술(IT) 시대의 문학’(김언수), ‘시간의 공동체’(김행숙·신용목)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작가 행사, 전시 등을 열었다. 이벤트홀에서는 현기영·김행숙·진은영·한강·김언수·김숨·신용목·조해진·김금희 작가를 비롯해 김지은·이수지·이명애 그림책 작가, 건축가 함성호 등 17명이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며 관객과 만났다.

한국이 주최한 각종 세미나와 행사에는 평균 7만5000원가량 하는 입장료에도 한국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해 스웨덴에서 번역·출간된 한국형 범죄스릴러 장편소설 <설계자들>의 작가 김언수를 향한 관심도 남달랐다. 김 작가가 연 세미나는 스웨덴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설계자들>은 스웨덴을 비롯한 세계 24개국에서 번역·출간됐다. 현장에서 만난 김 작가는 <설계자들>이 스릴러 강국 스웨덴을 비롯해 유럽에서 인기를 모으는 것에 대해 “문화 국력이 세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프랑스에 갔을 때 ‘방탄소년단(BTS)의 나라에서 왔다’고 하니 젊은 여성들이 내 책을 사가더라”며 “책이란 한 나라의 문화를 파는 것인데 한국 문화 브랜드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가 K팝 등의 인기로 특정 발화점을 넘어서면서 문학 작품도 팔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방탄소년단의 신드롬급 인기, 한국어 학습에 대한 세계적인 열기가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오늘날 한국문학을 이루고 있는 의식의 폭과 깊이, 수준이 세계적인 보편성이라고 할 만한 지점에 도달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한국문학 작품을 출판하겠다고 먼저 지원하는 해외 출판사가 5년 새 10배 이상 늘었다”며 “한국문학이 상승기에 접어들었으며 이런 상승세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테보리(스웨덴)=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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