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홍범도 삶보다 '극장' 자체 의미에 초점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3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무대에 머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난 20~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창작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사진)은 압도적인 규모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극장 앞 독립군’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서울시예술단 단원들의 합동 공연으로,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이 연출을 맡았다. 극은 1920년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1868~1943)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승리의 영광이 아니라 쓸쓸한 노년을 주로 다룬다. 이야기는 홍 장군이 노년에 고려극장 문지기가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작가에게 독립 운동 과정을 들려주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작가가 쓴 ‘날으는 홍범도’는 고려극장의 폐관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극의 전개에 따라 인원 변동은 조금씩 있었지만, 줄곧 200~300여 명이 무대를 가득 메웠다. 많은 인원이 오가는 만큼 혼잡할 수 있지만 무대는 효율적으로 나눠졌다. 무대 양쪽 사선계단은 철저히 음악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청소년국악단,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오페라단이 이곳에 올랐다. 계단 사이 무대 중앙은 극을 위한 공간으로 서울시극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무용단이 채웠다.

이야기는 홍 장군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극장’에 대한 메시지가 보다 강조됐다. 그동안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유명 감독 등을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공연 제작과 무대 자체를 이야기하는 공연은 드물었다. 이 작품엔 극장의 의미를 되새기는 대사와 넘버(삽입곡)가 반복해 나왔다. 1막과 2막의 마지막 넘버도 각각 ‘극장 불이 켜지면’ ‘극장은 다시 꿈꾸네’ 등 극장과 관련된 메시지를 전하는 노래였다. 세종문화회관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일반 관객에게도 울림을 줄 만한 강렬한 메시지였다.

홍 장군의 이야기는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고 신파적인 면도 있었다. 하지만 극중극 형식 안에서 입체적으로 전개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무대 절반을 음악 공간으로 할애하다 보니, 극 전개가 중극장급 규모로 한정된 점은 아쉬웠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