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거주하며 실험적인 작업을 해온 아티스트 김순기 씨(73)의 회고전이 오는 31일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서 개막한다.

서울대 서양화과 졸업 후 1971년 프랑스로 넘어간 김씨는 ‘68혁명’ 이후 자유롭고 지적인 토론이 활발하던 남프랑스에서 철학자, 예술가 그룹과 교류했다. 1980년대부터는 파리 교외 비엘 메종의 농가를 개조한 작업실에 거주하면서 동서양 철학, 시공간 개념 탐구 등을 바탕으로 정형화할 수 없는 예술과 삶의 관계를 고찰해왔다.

작가는 자신이 쓴 동명의 시 제목 ‘게으른 구름’을 회고전 제목으로 붙이고, 그동안 지향한 예술의 의미와 삶의 태도를 전시장에 풀어놓는다. 그에게 ‘게으름’이란 타자가 규정한 틀에 갇히지 않고, 삶의 매분 매초가 결정적 순간임을 긍정하며 사유하고 행동하는 일이다. 내년 1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평생을 파고든 사유적 세계를 회화, 설치, 영상, 드로잉, 퍼포먼스 등으로 승화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