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결정·백색국가 배제 후 첫 장관급 회동…분위기 전환 모색할까
문화·관광 악영향 차단 주목…日문부과학상 "격동의 국제정세 중 회의 참석"

한일 외교·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일 문화 장관이 2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회동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일본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문부과학상이 30일 열릴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에 앞서 양자 회의를 한다.

회의는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에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강경하게 맞대응하고, 일본 정부가 28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조처를 시행한 직후 이뤄지는 양국 간 첫 장관급 회동인 만큼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9∼31일 사흘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와 부대행사에는 박양우 장관, 뤄수강(락<各+새추>樹剛) 중국 문화여유부장, 일본 시바야마 마사히코 문부과학상(문화)과 이시이 게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관광)이 참석할 예정이다.

시바야마 문부과학상은 회의 참석에 앞서 트위터에 "하네다(공항)에 가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한국에. 격동의 국제정세 중에 일중한 문화장관회의에 임합니다.

미디어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회의는 이날 오후 2시 한일 문화장관 양자회의를 시작으로 중일 문화장관 양자회의, 한중 문화·관광장관 양자회의로 이어진다.

오후 8시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는 3국 장관과 시민 등 1천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중일 예술제'가 열린다.

한일 문화장관, 오늘 인천 송도서 만난다(종합)
3국 장관이 한자리에 앉는 제11회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와 제9회 한중일 관광장관 회의는 30일 오전과 오후에 나눠서 연다.

회의를 전후해 공동선언문 서명식과 동아시아문화도시 선포식, 우의를 다지는 '한중일 관광교류의 밤'도 진행한다.

31일은 부대행사인 관광미래세대포럼이 열린다.

원래 해마다 따로 진행해온 문화·관광장관 회의를 연계해 한자리에서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문화장관 회의에서는 문화 분야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관광장관 회의에선 3국 관광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각각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한일 외교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성사돼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도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의 기본 취지와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일 외교·무역 갈등이 3국의 문화·관광 분야 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해소하거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이 협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일 문화장관, 오늘 인천 송도서 만난다(종합)
문체부는 이달 초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전을 중단시킨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문화·체육 분야의 교류는 중요하고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도 수출 규제는 고수하면서도 최근 한국에서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일본 여행 보이콧 확대로 일본 민생 경제에까지 악영향이 미치자, 당면한 외교·무역 갈등과 상관없는 분야에서의 양국 간 교류·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장관 회동에 앞서 28일에는 한·중·일 국장급 회의를 열어 회의 의제를 최종 조율했다.

하지만 교착 상태인 한일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이란 기대를 모은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한일 갈등을 푸는 데 있어선 실익 없이 끝난 것을 고려할 때, 이번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도 큰 기대를 걸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한일 문화장관, 오늘 인천 송도서 만난다(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