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무대 한가운데를 비추자 아이돌 그룹 에이티즈 멤버 8명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공연장을 쿵쿵 울리는 거대한 비트 소리와 3만여 명의 관객이 외치는 함성이 한데 어우러졌다. “Are you ready to enjoy?(즐길 준비 됐나요?)” 팀 리더 홍중이 외치자 고막을 뚫을 기세로 함성이 커졌다. 지난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센터에서 열린 케이콘(KCON) 콘서트 현장의 모습이다.
지난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류 문화 축제 케이콘(KCON) 컨벤션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K팝 가수가 등장하자 환호하고 있다. /CJ ENM 제공
지난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류 문화 축제 케이콘(KCON) 컨벤션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K팝 가수가 등장하자 환호하고 있다. /CJ ENM 제공
나흘간 관람객 10만3000명, 역대 최다

CJ ENM이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최하는 케이콘이 K팝, K뷰티, K푸드와 같은 한국 문화를 폭넓게 즐기는 한류 축제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케이콘은 2012년 LA에서 시작된 한류 문화 체험 행사다. 올해는 도쿄(5월), 뉴욕(7월)을 거쳐 LA에서 세 번째로 열렸다. 지난 15~18일 나흘간 LA의 케이콘 행사장을 찾은 미국 현지 관람객 수는 총 10만3000명으로 지난해 9만4000명보다 10%가량 늘었다. 2012년 첫 행사(1만 명)와 비교하면 규모가 10배 커졌다. 지난 8년간 전 세계 케이콘 행사장을 찾은 누적 관객 수도 100만 명을 돌파했다. 첫 행사를 기획한 8년 전 “자기 돈을 내고 보러 올 미국인이 과연 있겠느냐”던 그룹 안팎의 비아냥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날 오전 7시 스테이플센터의 정문. 오전 8시에 문을 여는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늘어선 줄이 200m가 넘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네 시간 차를 타고 왔다는 조너선(23)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오전 5시에 왔는데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100여 명이 넘었다”고 했다. 이날 저녁 케이콘 콘서트가 열린 스테이플센터 공연장의 3만1500석 좌석은 가장 저렴한 35.99달러 티켓부터 최고 1800달러 패키지 상품까지 일찌감치 매진됐다. CJ ENM 관계자는 “무대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스탠딩석은 나흘간 패키지 상품인 다이아몬드와 플래티넘 티켓을 사야만 들어갈 수 있다”며 “티켓값만 각각 1800달러(약 218만원), 1000달러(약 121만원)”라고 귀띔했다.

콘서트 시작 전 행사장 곳곳에서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미국 팬들을 볼 수 있었다. 약사 출신 인기 댄서 유튜버로 이날 행사에 초청된 고퇴경 씨는 “2017년부터 3년간 케이콘을 찾고 있다”며 “최근엔 단체 관람객과 가족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지구촌 홀린 케이콘…8년 누적관객 100만명 넘었다
맥도날드·칩스아호이 후원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K팝뿐 아니라 K뷰티, K푸드와 같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CJ ENM은 이런 미국 현지의 젊은 세대를 공략하려는 국내 강소 기업 40곳에 행사장 내부 전시장을 무료로 제공했다. 국내 성형외과 전문병원인 바노바기의 이그린 부장은 “미국 시장에 화장품을 수출하기 전 소비자 반응을 보기 위해 케이콘에 참석했다”며 “당초 기대했던 마스크팩 못지않게 스킨케어 제품에 관심이 높은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을 광고모델로 앞세운 메디힐 부스는 유독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메디힐 마스크팩의 미국 시장 판권을 가진 한성USA의 최재호 대표는 “2년 전부터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매장에 K뷰티 제품이 진열되고 있다”며 “K팝이 없었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케이콘 관람객에게 눈독을 들이는 건 한국 기업뿐만이 아니다. 미국 유명 제과업체 나비스코의 쿠키 브랜드 칩스아호이는 올해 최초로 케이콘에 참여했다. K팝 가수를 부스로 초청해 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1020세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2015년부터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맥도날드는 대형 푸드트럭을 설치해 아이스크림과 감자튀김을 공짜로 나눠줬다.

로스앤젤레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