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뒷모습
풍성하고 긴 갈색 머릿결의 여인이 고개를 돌리고 있다. 얼굴은 안 보이고, 희고 갸름한 턱과 목선 그리고 상체의 일부만 드러나 있다. 이 사진은 독일 사진가 카타리나 마이어가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은 연작 사진 ‘세앙스’의 하나로 ‘2019 동강국제사진제’ 출품작이다.

왜 하필이면 뒷모습일까? 관람자들은 사진을 보고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발동하게 된다. 저 여인은 왜 이렇게 머리를 길렀을까? 일어서면 머리가 어디까지 내려올까?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사진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다. 곧고 우아한 자세와 테이블을 덮을 정도로 긴 머리 매무새 그리고 쓸쓸하게 돌아선 고개에서 그가 어떤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어렴풋하게 그려볼 수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인물의 구체적인 외모와 살아가는 모습까지도 추리해낼 수 있다. 현대 사진가들은 모든 것을 명쾌하게 다 보여주지 않는다. 흐릿하고 모호하지만 그 안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감상자가 알아서 건져 올리면 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