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대폭 줄며 여행업계·항공업계 직격탄
일본행 멈춘 여행 대기 수요 어디로 향할지 주목해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일본항공 탑승 수속 카운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일본항공 탑승 수속 카운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본격화한 후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줄었다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한국인이 일본을 찾고 있고, 대신 다른 국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 국내 여행지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여행 업체인 하나투어(50,400 +0.20%)모두투어(16,100 0.00%)는 이번 일로 직격탄을 맞았다. 두 업체의 지난달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0% 가량 급감했다. 수수료 부담 때문에 전년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던 일본 여행 취소율도 지난달 중반을 넘으면서 치솟는 추세다.

또 다른 여행업체인 노랑풍선(14,000 +0.36%)은 지난달 일본 여행 예약 취소율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고 밝혔고 인터파크투어도 패키지 예약에 일본 여행 취소 건수가 2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크루즈 여행 등 홈쇼핑 단골 상품이던 일본 여행 패키지 역시 TV에서 자취를 감췄다.

항공업계도 울상이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16~30일 보름간 인천공항을 이용해 일본여행을 다녀온 승객은 총 46만7249명으로, 전월(6월16~30일·53만9660명)과 비교해 7만2411명(13.4%) 감소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7월 넷째 주부터는 일본 출국자 수가 작년보다 10% 이상 줄어드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 추세에 속도가 붙는다"며 "공항 전체 여행객 수가 7%대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일본 여행객 수가 불매운동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항공 업계는 일부 노선을 중단하거나 소형기로 전환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실적 부진 여파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7월 초부터 여행불매 움직임이 시작됐기 때문에 취소 수수료 등의 부담으로 기존 여행객들의 취소가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반면 오는 8, 9월 예정된 일본여행 상품의 신규 예약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어 일본노선 수요 감소는 8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나 객관적 수치는 일본 여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아직도 일본에 가는 사람이 절반이나 된다고 꼬집는다. 이른바 '샤이 재팬(일본 여행을 가고 싶지만 분위기를 의식해 여행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여전히 많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여행업체 대리점 직원은 "일본 항공권 예약률은 줄었지만 일본행 문의 자체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내년 초 일본 여행 상황을 묻는 전화는 지속적으로 온다"고 상황을 전했다.

최근 일본 가고시마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장모(37)씨는 "급하게 휴가를 써야 해 여행을 미리 알아볼 시간이 없었던 차에 가고시마 특가 항공권이 떠 조용히 다녀왔다"며 "사진을 찍긴 했지만 SNS에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연예인은 최근 일본 방문 중 찍은 사진을 개인 SNS에 게시했다가 네티즌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썰렁한 대마도 거리 [사진=연합뉴스]

썰렁한 대마도 거리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본 여행을 가는 모든 사람을 비난 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신혼여행 전문 여행업체 관계자는 "오키나와나 삿포로 등 이미 올해 초부터 예약을 진행한 커플들은 위약금보다 당장 신혼여행 일정을 맞추는 게 어려워 취소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규슈로 초등학교 동창생 부부동반 여행을 준비했다는 우모(57)씨는 "10여 년 전부터 부은 곗돈으로 지난해 동창들끼리 일본 등산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고 모든 일정을 맞춰 놨다"며 "난감한 상황이지만 부부동반 해외 여행이라는게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이기 때문에 조용히 다녀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여행지가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일본 여행 수요가 국내로 향하지 않고 '일본행 대기 수요'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본의 대체 여행지로 거론된 동남아와 중국은 지난달 예상대로 반사이익을 누렸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태국 치앙마이가 전년대비 151% 증가했고 중국 역시 패키지 여행지로 인기 높은 하이난 지역과 북경·백두산을 아우르는 화북지방 여행 수요가 각각 44.6%, 22.1% 증가했다. 모두투어 역시 중국이 7.1%, 동남아가 5.5% 성장했다.

국내 대표적 여름철 휴양지인 강원도의 상황도 이를 증명한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강원권 일평균 고속도로 이용차량은 32만8595대로, 전년 동월(31만9185대) 대비 2.9%(9410대) 증가하는 데 그쳤다.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는 발길은 오히려 줄었다. 강원도환동해본부에 의하면 동해안 92곳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지난 1일 기준 468만234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573만6537명)보다 105만6303명(18.4%) 줄었다. 특히 강릉과 속초를 찾은 누적 피서객은 각각 224만4656명, 50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33.4%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여행 붐이 일어난 이유는 일본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국내 여행지의 바가지 요금, 재방문율을 올릴 수 있는 콘텐츠의 부재 등 자체 경쟁력이 부족한 게 본질"이라며 "이번 기회에 정부 차원에서 관광업에 많은 관심을 두고 투자해야 일본 여행이 정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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