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ㅣ1000억 적자 KBS·MBC, 영업이익 0% SBS…고개숙인 지상파
"요즘 누가 지상파 봐요."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 지상파는 벗어났다는 평가다. 과거 '한류'라는 이름으로 방송 산업을 이끌었던 지상파 KBS, MBC, SBS의 위상은 꺾인 지 오래다. 콘텐츠의 질이 하락하면서 적자의 폭은 커졌고,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콘텐츠 투자가 줄어들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KBS는 지난달 18일부터 연간 6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비상경영계획'을 시행했다. 비상경영계획은 최근 광고수입의 급격한 감소와 경직성 경비 부담, 핵심 프로그램 투자의 어려움, 이에 따른 대규모 사업손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수립됐다.

KBS 측이 자체 전망한 올해 사업 손실액은 1019억 원. 2023년까지 누적 사업 손실액은 656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려운 살림 상황은 MBC도 마찬가지다. MBC 역시 지난해 123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445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목표액인 395억 원 적자보다 50억 원이나 초과된 것. 올해에도 9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전망되는 만큼 "프로그램 효율성을 높여 3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줄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SBS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러시아월드컵 등 빅 이벤트로 사업수익이 증가해 872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6억8994만원에 그쳤다.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KBS, MBC에 비해 사정은 나아보이지만 영업이익률은 0.08%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성과급을 줄여 만든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지상파 3사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제작비를 삭감하면서 콘텐츠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와 콘텐츠 판매 수익이 절대적인 방송사가 이를 외면하면서 광고 판매 단가의 기준이 되는 시청률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케이블과 종편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것.

실제로 KBS는 올해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 동안 월화극 중단을 검토 중이다. 아직 후속 방송 등에 대한 논의로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광고 비수기인 1월, 2월에 방송을 접고 내부 재정비의 시간을 갖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KBS는 여기에 프로그램 수를 현행 대비 90%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드라마 역시 미니시리즈 기준 72분에서 50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BS는 사보를 통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대원칙 하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유사한 성격의 프로그램은 통합하고, 재방송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파의 제작 환경이 팍팍해지면서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독려하고, 성과 보상을 내세우는 유료 채널로 양질의 인력도 대거 이동하고 있다. 플랫폼 다양화로 콘텐츠 제작 편수가 증가하면서 좋은 콘텐츠 제작 인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지만, 지상파는 여기에서도 밀리고 있다.

실제로 tvN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알쓸신잡' 시리즈 등을 선보인 나영석 PD는 KBS에서 '1박2일'로 스타PD 반열에 올랐다. 이후 CJ ENM으로 이적해 시즌제 예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지난해 40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CJ 그룹 이재현 회장 27억2700만 원, 이미경 부회장 26억400만 원보다 많은 액수다.

또 다른 KBS 출신 신원호 PD 역시 '응답하라' 시리즈에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연속 히트시켜 25억9400만 원을 받았다.

반면 지상파는 인건비 줄이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KBS는 비상경영으로 급여와 복리후생비, 법정부담금 등 전체의 43%인 인건비성 비용의 비중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지상파가 주춤하는 사이 케이블과 종편은 더욱 공격적으로 인력을 영입하고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 히트 드라마로 꼽히는 tvN '미스터션샤인'의 총 제작비는 430억 원이었다. 게임 소재 드라마로 주목받았던 tvN '알함브라의 궁전' 역시 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사실적인 CG로 호평받았다.

뿐만 아니라 편성띠를 늘리며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있다. OCN은 주말드라마에 이어 지난해 9월부터 수목드라마를 선보여왔다. 이와 함께 'OCN=장르물'이라는 콘셉트로 양질의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고, JTBC 뿐 아니라 TV조선, 채널A, MBN 등 다른 종편들도 자체 드라마, 예능을 제작 중이다.

스타 작가와 화려한 출연진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 사전제작 드라마는 아직 편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상파는 염두에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드라마 관계자는 "지상파에서는 이 드라마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지상파에서는 이제 실험적이거나 큰 자본이 드는 드라마를 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귀띔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예전엔 배우들도 지상파가 아니면 안간다고 했지만, 지금은 반대"라며 "마음에 들어하던 대본도 지상파 편성이라고 하면 고민한다"고 전했다.

한 지상파 PD는 "채널 이미지 자체가 하락했다는 걸 느낀다"며 "주변에서 '이게 케이블에서 방송됐으면, 더 좋은 시청률이 나왔을 것'이라는 위로를 들을 때마다 내가 사랑했고 지금까지 놓을 수 없는 이 조직이 망가진 거 같아 더 슬프다"고 자괴감을 토로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지금의 방송 콘텐츠 사업은 과열된 감도 있다"며 "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콘텐츠들이 제작되고 있고, 이로 인해 제작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엔 지상파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분위기인 만큼, 이 흐름이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지도 두고 볼 일이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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