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관령음악제 손열음 예술감독 인터뷰
손열음 "난 엄격한 사람, 스스로 만족할 축제 만들고 싶었다"
올해 제16회 평창대관령음악제가 개막공연 팡파르를 울린 이튿날인 1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만난 손열음(33) 예술감독은 리허설 준비로 분주했다.

단출한 반바지 차림에선 전날의 긴장감이 다소 덜어져 있었다.

지난해 제3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그의 전임자는 첼리스트 정명화(74)·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 자매였다.

거장의 뒤를 잇는다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지 않았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2년째 행정가로서 주어진 역할을 차분하게 수행한다.

지난달에는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 'BBC 프롬스(Proms)'에서 연주자로서 데뷔 무대도 치렀다.

손 감독은 "남에게 평가받는 직업이지만 솔직히 남의 말을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대신 제 일에는 제가 가장 엄격하고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한다.

그래서 올해 축제도 제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들었으면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다음은 손 감독과 일문일답.
-- 개막공연(7월 31일)이 끝났다.

소감이 어떤가.

▲ 작년에는 객석에서 무대를 지켜보는 입장이어서 불안하고 떨렸습니다.

올해는 제가 직접 무대에 서다 보니 공연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기회가 없어서 생각 자체를 못 한 것 같아요.

(웃음)
--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 연주자의 생업과 예술감독직을 병행하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아직 손발을 맞추는 시기라서 그렇겠지요.

감독 2년 차를 맞아 좋은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연장 '뮤직 텐트'는 야외공연을 목적으로 만든 건데, 에어컨이 없어서 작년에는 사우나처럼 더웠거든요.

올해는 에어컨을 설치했어요.

작년에 느낀 세세한 불편함을 개선해나갈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 올해 출연진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

▲ 무조건 실력이었어요.

그리고 지나친 변화가 혼란을 줄까 봐 약간 작년 느낌이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제가 취임한 이후 출연진이 과거와 많이 달라져서, 대중은 올해도 그 정도의 변화를 기대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음악제를 가도 그렇게 매번 출연진이 바뀌지는 않거든요.

제1대 강효 감독님 때도, 제2대 정명화·정경화 감독님 때도 각각 상비군 같은 출연진을 갖고 계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출연진의 색깔과 공연의 질이 들쭉날쭉해질 수 있거든요.

--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 개최 직전에 영국 BBC프롬스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영감을 얻은 게 있다면.
▲ 어떻게 저렇게 대규모 행사가 됐을까? 신기했습니다.

런던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124년 역사 덕분인 것 같아요.

국내에서는 그 정도로 오래된 클래식 음악 축제가 없잖아요.

우리도 오래오래 가꿔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축제가 그렇게 오래가려면 저변이 넓어져야 할 것 같다.

▲ 맞아요.

그래서 평창대관령음악제도 프로그램을 투트랙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하나는 사전정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 또 하나는 마니아들 높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요.

'찾아가는 음악회'는 메인 프로그램 연주자들이 강원도 12개 시군을 찾아 펼치는 무료 음악회고, 알펜시아 콘서트홀의 메인 콘서트는 좀 더 클래식 공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다양성을 지향하려고 합니다.

-- 손 감독은 10∼20대는 학생이자 연주자로서 전력 질주했고, 30대는 연주자이자 행정가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원동력이 무엇인가.

▲ 음…. 사실 지금의 모습은 노력해서 만든 거예요.

선천적으로 저는 즉흥적이고 제멋대로 살며,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피아노 연주는 혼자 책임지면 되는 일이어서 그런 성향이어도 괜찮거든요.

하지만 예술감독 일은 그렇지 않아요.

한 사회 일원이어야 하죠. 마음먹고 노력해서, 그 시간만큼은 집중하며 하고 있습니다.

고독한 연주자의 삶에서 고개를 돌려 여러 사람과 손발을 맞추는 게 요즘은 좋더라고요.

-- 40대의 손열음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나.

▲ 저는 정말 계획이 없어요.

(웃음)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다분히 종교적인 사람인데, 그동안 저는 계획 없이 살았어도 신의 계획은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요?
손열음 "난 엄격한 사람, 스스로 만족할 축제 만들고 싶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