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타츠루 '대세를 따르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법'
'日 거리의 사상가', 그 신랄한 일본사회 비판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나라에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한일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들기 위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다.

이러한 폭주에 일본 내 여론도 엇갈리는 가운데, 일본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성으로 불리는 우치다 타츠루(69)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가 일본 사회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책이 출간됐다.

'대세를 따르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법'은 우치다 교수가 진보 성향 언론인 아사히신문 주간지 '아에라'(AERA)에 2008년부터 6년간 연재한 900자 칼럼을 모은 책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시사 쟁점을 다루며 일본 사회 위기 징후를 포착하고 시민의 각성을 촉구한다.

오래된 글은 10년이 더 지났지만 일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

저자는 아베 총리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아베 내각이 2014년 7월 1일 기존 헌법 해석을 뒤집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의 결정문을 의결하자 "일본이 전후 69년 동안 내걸어온 평화주의를 버리고 전쟁의 길을 걷기 시작한 역사적 날짜로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통탄했다.

그는 해외 파병을 일반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으며,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우려는 더욱 없어질 것이라는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일국의 총리가 국시의 대전환을 둘러싸고 기만적인 말밖에 내뱉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나는 깜깜한 어둠 속에 있는 일본 정치를 본다"고 썼다.

또한 "총리가 이런 말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밖에 없다.

너무나도 지성이 없기 때문에 도저히 논리적일 수 없거나, 아니면 국민이 알아듣도록 정책 결정의 이유를 얘기하면 지지율이 내려갈 것을 알고 있거나…"라며 "어느 쪽이든 이런 총리대신을 두었다는 것은 일본 국민의 역사적 불행"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연재 기간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비롯해 정권 교체, 오키나와 기지 이전 논란, 올림픽 유치 캠페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 등 굵직한 사건이 있었다.

우치다 교수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 관련 글에서는 "유치국이 될 만한 자격은 무엇보다 국적과 인종과 종교를 뛰어넘어 전 세계의 운동선수와 방문객이 불안한 마음 없이 평온하게 지내는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일본의 급선무는 건물이나 시설을 세우는 일보다 원자력발전소 사고 처리를 위해 진지하게 노력을 다하는 것, 동아시아 이웃나라와 우호적 외교 관계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자력발전 사고를 망각하고 이웃나라를 매도하는 사람들이 정치 요직에 앉아 있는 나라에 올림픽을 유치할 자격이 있을까"라며 "우선 그 점을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리의 사상가'를 자처하는 우치다 교수는 평화헌법을 폐기하려는 아베 내각을 '독재'라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반민주·반평화 법안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바다출판사. 김경원 옮김. 359쪽. 1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