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고전 발레의 명작 ‘백조의 호수’가 다음달 28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동시에 무대에 오른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발레시어터(SPBT)가 첫 내한 무대를 갖는다. 예술의전당에선 국립발레단이 정기 공연으로 이 작품을 올린다. 두 공연 모두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에 맞춰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사랑을 몸짓으로 펼쳐낸다. 하지만 안무가 다르고 결말도 차이가 난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백조의 호수’를 비교해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SPBT의 ‘백조의 호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SPBT의 ‘백조의 호수’.
SPBT가 무대에 올리는 ‘백조의 호수’는 고전 발레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마린스키발레단 버전이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우아한 동작이 특징이다. 이 버전의 결말은 잘 알려진 ‘새드엔딩’이다. 마법사 로트바르트가 나타나 오데트를 데리고 가려 하자 지그프리트 왕자가 맞서 싸운다. 하지만 로트바르트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오데트와 지그프리트는 호수로 몸을 던지고 만다.

1000회 이상 ‘백조의 호수’ 무대에서 부드러운 오데트와 자신감 넘치는 오딜의 1인 2역을 소화한 이리나 코레스니코바와 마린스키발레단 출신인 예카테리나 페트로바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SPBT 오케스트라가 함께 내한해 연주한다.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한 볼쇼이 발레단 버전이다. 1964년부터 30여 년간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낸 그는 볼쇼이 특유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가 1967년 선보인 ‘백조의 호수’는 선과 악의 치열한 싸움을 극적으로 풀어내 보다 역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것도 이전 버전과 다른 점이다. 오데트가 오딜을 자신으로 착각한 왕자를 용서하면서 그들의 사랑이 로트바르트의 악한 힘을 이겨낸다. 그리고로비치의 안무 버전은 국립발레단이 2001년 처음 무대에 올렸고 이후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이번 무대에는 수석 무용수 박슬기, 김리회와 솔리스트 정은영이 오데트·오딜 역을 맡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