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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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예비 배우자에게 과거 동거 경험을 털어놓는 것은 득이 될까 실이 될까.

3년 만난 남자친구와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는 A씨. 최근 예비신랑 친구들 모임에 함께 참석했다가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사건이 발생 계기는 예비신랑이 친구들에게 결혼 전 미리 신혼집에 입주하게 살 계획을 밝히면서다.

예비신랑은 친구들에게 "결혼식 한달 전이 입주여서 먼저 들어가서 살게 됐다"고 자랑했고 이에 한 친구가 무심코 "너 또 동거하냐"고 물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고 깜짝 놀란 A씨는 토끼눈으로 예비신랑을 쳐다봤다. 예비신랑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이따 얘기해주겠다"며 화제를 돌렸다. 이후 A씨는 '내가 들은 게 사실인가? 농담인가?' 싶은 생각에 모임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모임이 끝나고 예비신랑이 해명이라고 한 말이 A씨를 더 황당하게 했다. 예비신랑은 과거 동거 경험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그는 "정말 별 것 아니고 예전에 여자친구랑 한 3년 정도 살았던 걸 친구가 말한 것 같다. 그땐 어렸고 어차피 과거일 뿐"이라고 말했다.

A씨는 화가 나서 "그게 별일이 아니냐, 나한테 이제껏 비슷한 얘기라고 한 적이 있었냐"며 "이건 100% 나를 속인 것"이라고 따졌다. 이어 "동거 경험이 있는 남자와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소리치고 뒤돌아 집에 와버렸다.

A씨는 "이후 예비신랑에게서 연락이 와서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 안했던 것'이라며 '과거를 바꿀수도 없는데 묻고 살면 안되냐'고 얘기하더라"라며 "솔직히 용납이 안되지만 이미 신혼집까지 얻어둔 마당에 어디서부터 되돌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또 "3년 간 살 부딪히며 살았을 생각을 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것 같은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처하는 예비신랑의 태도에 더 화가 난다"며 "예비신랑 말처럼 그저 과거일 뿐인데 내가 예민하게 구는 것이냐"고 의견을 구했다.

국내에서 진행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미혼 남녀 14%가 동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25세에서 29세 사이 미혼남녀의 경우, 26%가 동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체 응답자의 68%는 동거에 대해 '해볼 수 있는 경험'이라고 응답했고 절반은 '결혼 대신 동거도 괜찮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돼 달라진 인식 변화를 짐작케 했다.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는 "연애할 때는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 외모, 가정환경 등을 최대한 좋게 보이려고 한다"면서 "그런데 자신의 약점이나 개인사정, 가정환경, 연애나 동거 경험 등 말하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 상대방에게 전부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숨기거나 심지어 거짓으로 말하고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상대방이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속았다고 사기결혼을 주장해서 고소나 혼인취소소송을 하겠다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러나 모든 경우가 다 사기결혼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혼인취소 소송을 하며 위자료 청구는 가능할 수 있지만 이는 혼인을 할지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사실을 속일 경우 예컨대 학력, 직업, 재혼여부 등의 사실을 서류위조 등 적극적 방법으로 속인 경우에만 가능하다"면서 "즉 결혼 전 동거여부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고 혼인취소 소송을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까지 이해하는 사람이 진정한 당신의 사랑이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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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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