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교육 혁신으로 가는 길…全과목 논술에 절대 평가
지난 4월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은 IB 본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IB 한국어화 추진 확정을 공식 발표했다. ‘국제 바칼로니아’를 뜻하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1968년 스위스에서 개발된 교육과정 및 대입 시험이다. 원래 국제기구 직원이나 외교관 자녀 등 외국에서 지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 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국내 공교육 시장에 IB 본부의 공식 인증을 받은 IB 학교들이 생겨나고, IB 학교 출신 학생들은 IB 대입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된다.

IB는 우리 교육의 혁신을 이끌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IB를 말한다》는 IB 교육의 내용과 특징을 우리 교육과 비교하며 면밀히 분석한 책이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소장 등 국내에 IB를 소개하고, IB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교육학자와 교사들이 썼다.

저자들은 IB를 설명하기 앞서 세계 각국의 교육 평가 패러다임을 비교했다. 프랑스 바칼로레아, 영국 에이레벨, 독일 아비투어 등 유럽 주요국 대입 시험 문제를 통해 큰 틀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찾아낸다. 이들 시험에서는 모두 학생들이 저자의 생각, 교과서의 생각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 무엇인지 스스로 개발하고 발전시킬 것을 요구한다. 국적이 따로 없는 IB도 마찬가지다. 객관식 정답 찾기는 전혀 없다. 전 과목에서 논술형 시험을 치르고, 절대 평가를 한다.

저자들은 여전히 우리 교육이 유럽이나 IB와 다른 패러다임인 ‘주입식 교육’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등이며 이는 모두 IB 교육의 지향점과 일치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 시스템에 IB는 얼마나 들어와 있을까. 또 도입된 이후 생기는 변화가 현 교육제도와 충돌하지는 않을까. 책은 이런 현실적 문제들을 폭넓게 논의한다. 저자들은 “상황이 생각보다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학들은 이미 ‘IB 학생’들에게 입학 문을 열어놓고 있다. 영어판 IB를 공부한 학생들이 입학한 사례도 있다. 현행 교육제도인 고교 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등도 IB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단순히 국내에 IB 학교를 많이 세우는 데 그치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IB 사례를 토대로 ‘한국형 바칼로레아’ 시스템을 키워내고 이를 분석함으로써 대한민국 교육 혁신을 이끌 전략적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