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난설’.  /프로스랩 제공
다음달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난설’. /프로스랩 제공
화려한 쇼뮤지컬이 중심인 뮤지컬 시장에서 최근 2~3년 전부터 언어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서정적인 작품들이 20~30대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프랑스 시인 랭보를 소재로 삼은 ‘랭보’, 한국 작가 이상의 고뇌를 그린 ‘스모크’ 등이 대표적이다.

올여름에는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작품과 삶을 다룬 ‘난설’과 이탈리아 괴짜 발명가 펠레그리노 투리와 소설가 지망생 캐롤리나의 사랑을 그린 ‘너를 위한 글자’가 그 열기를 이어간다. 둘 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개막한 ‘난설’은 허초희(허난설헌의 본명)의 남동생 허균이 역모죄로 처형되기 전날, 그리운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여덟 살부터 시를 짓기 시작한 허초희는 자신의 상처를 시에 담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또 여성이란 이유로 굳게 닫혀 있는 세상의 문을 오직 붓 하나로 열고자 했다. 허균은 그런 누나의 시를 아끼고 사랑했다. 허초희와 허균의 스승인 이달은 남매를 응원했다. 그러나 허초희는 “그 시들은 내 숨이고, 내 목숨이니 풀어준 것이다. 멀리 멀리 날아가도록”이라고 말하며 시대와 사회적 편견에 갇힌 자신의 시가 모두 사라지길 원했다. 허균은 그 뜻을 따르지 않고 이를 지켜낸다. “누이의 시는 멀리 가서 닿을 것이오. 누이가 말한 것처럼, 그곳에 갇혀 있지 않을 것이오.”

이 작품은 허초희의 시 ‘견흥(遣興)’ ‘상봉행(相逢行)’ ‘가객사(賈客詞)’ ‘죽지사(竹枝詞)’ ‘유선사(遊仙詞)’ 등을 거문고 선율에 실어 전한다. 작가 옥경선이 대본을 쓰고, 작곡가 다미로가 음악을 만들었다. 허초희 역엔 정인지 하현지, 허균 역엔 유현석 백기범, 이달 역엔 유승현 안재영이 번갈아 나온다. 연출은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등을 무대화한 이기쁨이 맡았다. 공연은 다음달 25일까지 열린다.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인 ‘너를 위한 글자’는 이탈리아 작은 마을 마나롤라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타고난 천재지만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투리가 밝고 활발한 캐롤리나에게 호감을 느끼며 극은 시작된다. 캐롤리나는 베스트셀러 작가 도미니크와 글쓰기 모임을 하고, 투리가 그 모임에 우연히 동석하게 된다. 여기서 ‘첫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의 문장이 흐르고, 투리는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캐롤리나가 도미니크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 질투심도 느낀다. 이후 갑작스럽게 위기가 찾아오는데, 투리는 캐롤리나가 계속 꿈을 꿀 수 있도록 그녀만을 위한 발명품을 만든다.

강필석 정동화 정욱진 윤소호가 투리 역을 맡았다. 캐롤리나 역엔 이정화 강혜인 이봄소리 서혜원이 캐스팅됐다. 뮤지컬 ‘아가사’ 등을 올린 김지호가 무대화했다. 공연은 9월 1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