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고양서 '국악·재즈의 만남' 무대 여는 재일국악인 민영치 인터뷰
"한일관계에 가교 역할을 하는 건 재일동포의 숙명"
"한일 양국관계 어려울수록 문화교류 늘려야"

"그늘진 한일관계에 빛이 되고자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양국 관계는 어려울수록 문화교류를 늘려서 공감대를 넓혀가야 합니다.

"
오는 13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국악과 재즈의 만남-달무지개(MoonRainbow)' 공연을 여는 재일3세 국악인 민영치(49) 씨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일관계에 가교 역할을 하는 건 재일동포의 숙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장구·대금 연주자이자 공연 디렉터로 한일 양국을 오가며 공연을 펼쳐온 민 씨가 꾸미는 이번 무대는 '고양예술인페스티벌'의 하나로 마련됐다.

민 씨를 비롯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재일 재즈피아니스트 하쿠에이 김, 중요무형문화재 1호인 종묘제례악 이수자인 해금 연주가 김준희, 통영국제음악제서 라이징 스타상을 받은 피리주자 박미은의 앙상블로 꾸며진다.

그는 "폭포에서 달빛에 피어나는 무지개를 가리키는 '달무지개'처럼 양국 관계가 희미한 가운데서도 밝게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꾸미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재일 3세로 오사카에서 출생한 그는 초등학교 시절 장구를 배우기 시작해 고교 시절 유학으로 서울국악고등학교를 나온 후 서울대에서 국악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동아공쿠르에서 대금으로 3등을 차지했고 세계사물놀이 경연대회에서 장구로 금상을 받는 등 두각을 나타낸 그는 졸업 후 국악관현악단 등에 입단하지 않고 양국을 오가며 자신만의 음악을 펼쳐왔다.

타 음악과의 접목을 통한 국악 발전에 힘을 쏟은 그는 국내 첫 퓨전 국악단인 '슬기둥'과 타악기 그룹 '푸리'의 창단멤버로 활동했고, 김덕수 사물놀이패, 정명훈, 강산에, 신해철, 싸이, 양방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과 협연을 펼쳐왔다.

민 씨는 "일본과 한국 양쪽 어디에도 속하기 어려운 경계인으로 살아온 재일동포의 정체성 덕분에 타 음악과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며 "스포츠 무대처럼 승패가 갈리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게 협연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오사카에서 한식당을 운영했던 민 씨의 아버지는 못다 이룬 음악가에 대한 꿈이 있었기에 자녀들에게 악기를 배우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덕분에 큰형과 누나 역시 서울대에서 대금과 가야금을 전공했다.

특별히 국악을 전공한 이유를 묻자 "어린 시절 김덕수 씨의 음반을 듣고는 말할 수 없는 가슴 벅참을 느꼈고 나도 그런 예술인이 되고 싶었다"며 "재일동포에게 국악은 뿌리에 대한 동경이면서 정체성에 자긍심을 갖게 만드는 매개"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국악을 알리는데 앞장서 온 그는 2003년 NHK 방송의 다큐멘터리 '바람의 소리'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국악에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결합한 퓨전국악 무대를 한일 양국에서 공연하고 있다.

관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자는 취지에서 '신한악(新韓樂)'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민 씨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국악을 통해 감동을 받아 다시 공연장을 찾거나 음반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무대를 계속 이어가는 게 앞으로 할 일"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민 씨는 최근 국악 발전에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힘을 쏟고 있어서 "지금이 국악 부흥의 최적기지만 학연·지연 등이 발전을 가로막고 있어 아쉽다"며 "국악 퓨전 공연도 타 음악을 곁다리가 아니라 각자 최정상급의 무대로 꾸밀 때 서로 주고받는 게 많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일 양국관계 어려울수록 문화교류 늘려야"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