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애플 TV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
/사진=넷플릭스, 애플 TV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
DVD 대여 업체에서 세계 최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ver The Top)로 성장한 넷플릭스에 맞서 애플TV와 디즈니가 올 하반기 출격한다. 대형 OTT가 연달아 등장하면서 질좋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하지만 국내 제작 환경에서 할리우드를 겨냥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다.

오는 19일 드라마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에이스토리는 넷플릭스 최초 아시아 오리지널 시리즈인 '킹덤'을 제작한 곳이다. '킹덤'이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주목받았다.

지난 3일과 4일 양일간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에이스토리 공모가는 1만4300원으로 최종확정됐다. 드라마 제작 관련 대장주로 꼽히는 스튜디오드래곤이 6만 원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지만, 삼화네트웍스, 초록뱀 등이 1000원 중반, 팬엔터테인먼트가 4000원대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에이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은 단연 넷플릭스에 있다. '킹덤'의 성공으로 할리우드 진출 기반을 닦은 에이스토리는 애플의 TV플러스,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등이 올해 하반기 서비스를 오픈하는 흐름에 맞춰 세계 동시방영을 겨냥하는 새로운 작품들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 계획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이들도 해외 마켓이나 컨퍼런스 등의 행사에서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아직 직접 접촉을 해서 구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례는 없지만, 꾸준하게 관심을 표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만큼 이들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후 한국의 기획력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도 선보여지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제작 환경도 기존의 지상파 드라마에서 OTT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예산이 크고, 캐스팅이 빵빵한 작품은 넷플릭스에 기획안이 먼저간다"며 "한한령으로 중국이 막힌 이후 이쪽 업계에서 가장 큰 손은 넷플릭스"라고 전했다.
/사진=넷플릭스 '킹덤'
/사진=넷플릭스 '킹덤'
실제로 '킹덤'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15~20억 원 수준이었다. 국내 미니시리즈들이 평균 4~5억 원 정도인걸 고려하면 4~5배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것. 매출의 최대 80%를 콘텐츠 제작비로 제출한다는 넷플릭스의 큰 씀씀이는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넷플릭스 뿐 아니라 TV플러스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JJ에이브럼스 감독 등과 손잡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퍼부으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 역시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인 로키, 스칼렛 위치 등을 OTT로 옮겨와 드라마로 내놓는다.

대형 OTT 플랫폼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판로가 개척됐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이들의 입맛에 맞출 콘텐츠가 얼마나 더 만들어질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 무리하게 덩치만 키웠다가 도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제2, 제3의 '킹덤'이 더 많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하지만 이전의 한국 드라마와 다른 문법을 사용하는 해외 OTT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것.

실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됐던 'YG전자' 등의 예능과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의 드라마는 큰 인기를 얻진 못했다. 또한 최근 '아스달 연대기', '보좌관' 등 많은 자본이 투입됐음에도 인기를 끌지 못하는 작품들의 사례도 늘어나면서 더욱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는 "급변하는 지금의 상황은 한국의 콘텐츠 기업에겐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며 "여러 회사들이 들어오면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커져 아이템에 대한 고민이 더욱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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