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빈센트 반 고흐 '생트마리드라메르의…'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40~50㎞ 떨어진 작은 바닷가 마을 생트마리드라메르에는 6세기께부터 순례자들이 모여들었다. 성모의 자매 마리아, 야곱의 모친 레베카 등 많은 성녀들이 여기에 상륙했다는 전설이 얽혀 있어서다. 네덜란드 출신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정신질환 치료차 요양을 위해 아를에 머무르면서 이곳을 자주 찾았다. 해가 뜨는 아침이면 해변에 나가 생동하는 바다와 뱃머리가 뾰족한 어선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고흐가 1888년에 완성한 ‘생트마리드라메르의 바다 풍경’은 생트마리 해변의 여름 풍경을 특유의 채색법으로 차지게 잡아낸 수작이다. 일렁이는 파도를 표현하기 위해 파란색과 흰색의 대비를 강조했고, 녹색과 노란색을 더해 생동감을 줬다. 어선 세 척을 그림 위쪽에 배치해 관람객이 배를 타고 바닷속에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역동적인 파도를 통해 자연의 에너지를 은유한 것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고흐는 생트마리 해변에서 멀리 지중해를 바라보며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나 색조를 순간적으로 잡아내려 고심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지중해의 물빛은 마치 고등어 같다. 초록빛인지 보랏빛인지, 또 푸른빛인지 잘 알 수 없다. 불과 몇 초 사이 반짝이는 물결이 분홍 또는 회색의 색조를 흉내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