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에 유머를 표현한 거장들의 작품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유머는 우리가 가진 다양한 감정의 근원이니까요.”
오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여는 케빈 케너.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오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여는 케빈 케너.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56)가 오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연주회 제목은 ‘유머레스크’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음악적 동반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멘토로 국내 클래식계에 잘 알려진 케너를 서면으로 만났다.

독주회는 하이든의 소나타 C장조로 시작한다. 케너는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은 음악적 유머의 대가”라며 “갑작스러운 기분의 변화, 구절의 중단, 과장이나 역설적인 수사적 장치들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8개의 짧은 무곡으로 구성된 슈만의 다비드 동맹 무곡집을 들려준다. 그는 “유머가 고귀한 사고의 정수를 품고 있다고 여긴 작가 장 폴 리히터의 생각을 음악에 담은 작품”이라며 “고통과 위대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는 웃음은 내겐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쇼팽의 마주르카 5곡과 스케르초 4번을 연주하고 파데레프스키의 유모레스크로 마무리한다.

케너는 199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와 폴로네즈상을 받고 같은 해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금도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이 따라다니는 케너는 “젊은 시절 내가 끌렸던 작곡가가 쇼팽이어서 매우 다행”이라며 “쇼팽이 나란 사람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은 양방향”이라며 “내면의 아름다움에 따라 음악이 나오지만 동시에 음악이 내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케너는 2011년 대관령국제음악제(현 평창대관령음악제) 참여로 처음 정경화와 만난 뒤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정경화는 그를 ‘기적처럼 만난 영혼의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케너는 “나는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정경화는 즉흥적이고 활달하며 개방적”이라면서 “그런 상반된 성격이 어우러져 소중하고 독특한 작품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 같은 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의 인연도 정경화를 통해 맺어졌다. 2011년 대관령음악제에서 정경화가 조성진을 그에게 소개했다. 케너는 “조성진이 쇼팽 발라드 4번을 들려줬는데 어린 소년이 그렇게 성숙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쇼팽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임지영과는 지난달 미국 마이애미에서 듀오 공연을 했다. 그는 “2015년 벨기에에 휴가를 갔다가 우연히 TV에서 콩쿠르 결승전을 봤다”며 “그때 연주에 큰 감동을 받았는데 몇 달 뒤 대관령음악제에서 정경화의 소개로 만났다”고 설명했다.

케너는 마이애미대 프로스트 음대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에게 연주와 강의는 상충되는 게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재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을 지도하는 것은 큰 성취감을 줍니다. 그 가르침의 시간은 무대에서 내 연주의 해석을 풍부하게 하는 데도 일조합니다.” 10일엔 서울 여의도 신영체임버홀, 12일엔 광주 금호아트홀에서도 공연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