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여행이 우선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간유람선 사고는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다행히 생존자도 있지만 불행히 유명을 달리한 분과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travel(여행)은 travail(고행)에서 시작된 용어라고 한다. 오래전 여행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모험이었다. 날짐승과 강도를 만날 수 있고,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허허벌판에서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근대 들어 철도가 놓이고 여행자 숙소와 음식점이 생기면서 ‘호스피탤리티(환대)’라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여행은 좀 더 편리해지고 안전해졌다.

하지만 매년 여행자 수와 여행 횟수가 늘어나면서 해외여행 중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불행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해외의 경우는 대처와 예방이 힘들고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헝가리에서의 안타까운 사고를 접하면서, 사고를 내고도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크루즈선과 선장에 대한 언론의 문제 제기와 비난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여행사 역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며, 여행 진행에서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아쉬운 것은 사건이 발생하면 늘 마녀사냥식 분노의 대상을 찾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문제는 누구에게 화풀이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건 초기 크게 관심을 갖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금방 잊어버리는 타성적 반복은 문제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더 근본적인 여행 안전 대책과 좋은 여행을 위한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 초저가 관광상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러 여행사의 과도한 경쟁은 여행 품질보다 가격 낮추기에 치우치는 경향을 만들고 있다.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음식점과 호텔 등 상품의 질을 정확히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비슷한 코스에 대해서 가격 중심으로 선택하게 되고, 여행사들도 겉으로 보이는 가격은 낮추되 내용이 부실한 상품을 생산하게 된다. 지금과 같은 시장질서 속에서는 여행사도 소비자도 손해를 보게 된다. 이제는 여행사가 양질의 관광상품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경쟁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관련 협회나 국가 차원에서도 좋은 여행상품을 권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해외여행을 포함해서 국민 여행안전 체계를 갖춰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등 주무부처는 국민이 여행하는 지역에 대한 안전정보와 신속대응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지금은 단체관광보다 개별여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국가 시스템을 활용해 여행에 대한 사전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외교부와 현지 영사관 등은 위기 시 관광객을 신속히 지원해야 하며, 주요 국가와는 여행안전 협력체계를 마련해둬야 한다. 분쟁지역 여행의 경우 휴대폰과 개인정보 동의를 통해 위치 파악 정보체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여행하는 국민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에게는 문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편견(optimistic bias)’이 작용해 안전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여행 정보와 안전을 살피고 선택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여행자의 몫이다.

최근 발표된 헨리여권지수(Henley Passport Index)에 따르면, 한국인의 비자면제 방문국 수는 187개국으로 1위인 일본과 싱가포르(189개국) 다음으로 해외여행 장벽이 낮은 국가가 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산업계뿐만 아니라 민간단체와 긴밀히 협력해 여행안전 부문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함으로써 선도적인 국민 여행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