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아테네·로마·이스탄불·파리 편 출간
유시민의 유럽 탐사기 '유럽 도시 기행'
'지식소매상'을 자처하는 유시민 작가가 유럽 여행기를 시리즈로 펴낸다.

'유럽 도시 기행'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그가 쓴 유럽 답사기로 이번에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4개 도시 이야기를 담은 1권이 출간됐다.

이 시리즈는 5년 전 기획됐고, 그동안 작가는 아내와 유럽 도시를 탐사했다.

저자는 책에서 여행할 만큼 건강하다면 이 작업을 앞으로도 오래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빈, 프라하, 부다페스트, 드레스덴을 다룰 예정이라고 2권 구상도 밝혔다.

그는 서문에서 "스무 살 무렵부터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든 곳은 주로 유럽의 도시들이었다"며 "그곳 사람들이 훌륭한 사회를 만들어 좋은 삶을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라며 "나 자신과 인간과 우리의 삶에 대해 여러 감정을 맛본다"고 여행의 이유를 설명했다.

1권에서 찾은 곳은 유럽의 문화수도 역할을 하면서 인류 문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도시들이다.

작가는 각 도시의 어제와 오늘을 소개하고 파르테논, 콜로세오, 하기아 소피아, 에펠탑을 비롯한 주요 건축물과 명소, 거리를 밟으며 그곳에 얽힌 역사와 사건을 들려준다.

여기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고 들으며 얻은 생각과 느낌을 덧붙인다.

여행 일정과 경로, 각 지역 음식과 방문한 식당 이야기도 담았다.

작가에 따르면 관광안내서, 여행에세이, 도시와 역사와 건축물에 대한 보고서, 인문학 기행, 그 무엇도 아니면서 조금씩은 그 모두이기도 한 이 책은 도시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한 도시를 여행한 기간은 4박 5일 안팎이었다.

일정을 짜서 항공편과 숙소만 미리 잡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결정했다.

평범한 한국인 여행자 방식으로 여행했고, 그 눈높이에서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한다.

다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일반적인 여행책과는 차별화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작가는 여러 지식인이 여행지에서 펼치는 수다를 담은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박학다식함을 뽐냈다.

그 프로그램에서도 중심 역할을 했지만, 이 책은 다른 출연자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더 깊고 길게 펼치는 단독 무대인 셈이다.

작가는 유럽 역사를 되새기며 오늘의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플라카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떠올리며 아테네 민주주의의 잠재력과 한계를 생각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죽인 아테네 시민들보다 얼마나 더 훌륭하며 국가와 정치에 대해서 얼마나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얼마나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는가? 나는 직접민주주의가 다수의 폭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비관론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
지금 시점에서 지구촌 문화수도를 정한다면 작가는 망설임 없이 에펠탑이 있는 파리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그는 고대 왕궁이나 교회와 달리 강제 노동 없이 축조된 에펠탑은 자유와 평등, 인권의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며 "자본주의는 격차와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지만 적어도 공공연한 강제 노동이 없다는 점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질서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생각의길. 324쪽. 1만6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