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시 논골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본 해넘이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 동해시 논골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본 해넘이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름의 중심에 들어섰다. 벌써부터 폭염이 기승이다.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바다로 가거나 시원한 바 람이 불어오는 계곡과 산으로 휴가를 떠나고 싶다. 해마다 휴가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이 번 여름은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나 자신만의 가치를 찾는 여행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올 여름, 마음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독특한 여행지에서 온전한 휴가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여름의 중심에 들어섰다. 벌써부터 폭염이 기승이다.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바다로 가거나 시원한 바 람이 불어오는 계곡과 산으로 휴가를 떠나고 싶다. 해마다 휴가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이 번 여름은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나 자신만의 가치를 찾는 여행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올 여름, 마음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독특한 여행지에서 온전한 휴가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강원도 매력 온전히 느끼는 ‘기부 여행’

시원한 산과 바다가 어서 오란 듯 펼쳐진 강원도는 역시 매력적인 여름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아쉽게도 지난 봄철 큰불 피해를 본 강원도지만 여전히 여행 갈 곳은 많다. 산불 이후 ‘여행이 곧 기부’라는 캠페인도 활발히 펼쳐진 바 있는데, 올여름엔 강원도로 ‘기부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65년 만에 눈부신 비경을 드러낸 외옹치 바다향기로
65년 만에 눈부신 비경을 드러낸 외옹치 바다향기로
속초는 오랜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복고주의에 새로운 감성을 입힌 이른바 ‘뉴트로(newtro)’ 여행지로 부각되고 있다. 수십 년 만에 개방된 바다는 손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이고, 목선을 만들던 조선소는 배를 수리하는 대신 삐걱거리는 마음을 고치는 커피 한 잔을 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스피드 시대의 고단함을 담담하게 위로하는 감성처방전이다. 65년 만에 눈부신 비경을 드러낸 곳은 외옹치 바다향기로(路)다. 바다로 삐져나온 항아리처럼 생긴 언덕이라는 뜻의 외옹치 해변을 따라 향기로운 산책로를 냈다. 쪽빛 동해를 동무 삼아 걷는 길은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드라마 주인공이 되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동해시 묵호 논골담길은 수수하고 깨끗한 방 한 칸에 미세먼지 제로의 하늘과 푸른 바다가 발끝으로 펼쳐져 7성급 호텔의 전망이 부럽지 않은 그야말로 나만의 ‘전망 좋은 방’과 같다. 이곳 바닷가마을 길마다 치열한 삶의 애환이 그려진 벽화를 보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인근 무릉건강숲에서 건강한 치유 체험도 해보자. 숲속에 머무는 힐링 체험 외에도 천연비누와 에코백 만들기 등 체험과 테마 체험실 등 즐길거리가 많다. 얕은 수심과 넓은 백사장, 울창한 송림이 펼쳐지는 망상해수욕장은 여름철 ‘핫플레이스’다. 산불 피해로 잠시 운영을 중단했던 제2오토캠핑장도 다시 문을 열었다. 캠핑장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데 1분이면 될 만큼 가깝다.

2014년 5월 1일 개장한 인제 스피디움은 드라이빙 복합문화공간이다. 일반인도 라이선스 취득 후 자신의 차량으로 서킷 주행이 가능한 프로그램과 함께 관광객 차량에 전문 드라이버가 동승하는 서킷택시, 선두 차량을 따라 서킷을 돌아보는 서킷사파리, 카트를 타고 달리는 서킷카트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고성은 바람이 많은 곳이다. 큰 바람이 잦아 때론 사람들의 일상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바람이 있어 고성 여행은 완성된다. 돌과 바람, 물이 조화로운 바우지움조각미술관과 바람·파도의 스포츠인 서핑은 고성만의 매력이다. 2015년 개관한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지난 4월 고성 산불의 시작 지점인 토성면 원암리에 자리잡고 있다.

고성 최초의 고고비치서프를 비롯해 현재 10개 넘는 서핑숍이 자작도·송지호·백도·봉수대·천진해수욕장에 문을 열었다.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으면 초보자도 쉽게 서핑의 재미에 빠질 수 있다.

숨은 관광지 찾아 ‘나만의 여행’ 떠나자

여름 휴가는 가고 싶은데 뻔한 여행지가 싫다면 새롭게 개방하는 신규 관광지와 한정된 기간에만 개방하는 숨은 관광지에 주목해 보자.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이국적인 풍경은 물론 예술의 향기까지 느낄 수 있다.

숨은 관광지 대구예술발전소
숨은 관광지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수창동에는 과거 전매청의 흔적인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와 사택이 있다. 두 곳이 리노베이션을 거쳐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으로 다시 태어났다.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로 쓰인 대구예술발전소에서는 입주 작가들이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시민과 문화 공유를 꿈꾼다. 1~2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과 건물 곳곳에 예술 작품이 있다. ‘문 플라워(Moon Flower)’ 앞에서 인생 사진도 찍어보자. 연초제조창 사택으로 쓰인 수창청춘맨숀은 청년 작가들의 톡톡 튀는 예술 감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택의 방과 거실, 화장실 등이 전시 공간이자 공연장이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며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울산 회야댐생태습지
울산 회야댐생태습지
울산 회야댐생태습지는 노방산(258.9m)이 마주 보이는 통천마을 앞 강변에 있다. 습지를 끼고 돌아가는 강줄기가 안동 하회마을 못지않게 멋진 곳이다. 회야댐이 들어서기 전에 통천마을 주민 700여 명은 이 땅에 농사를 지었다. 기름진 땅은 1982년 회야댐이 건설되면서 잡초가 무성해졌다. 통천마을 일대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이 인근 옥동과 무거동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주인 잃은 논과 밭에 새 생명이 싹튼 건 2003년 이곳에 친환경 정화 시설을 만들기로 결정하면서다.

6년 뒤 주인 잃고 헛헛하던 땅이 연과 갈대, 부들이 가득한 습지로 다시 태어났다. 1년에 딱 한 달, 연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여행자의 방문을 허락하는 회야댐생태습지는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의 정원 같은 곳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지난해까지 7회를 이어오는 동안 탐방 인원을 채우지 못한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제주 오름 여행은 화산섬 제주를 오롯이 느끼는 방법이다. 360여 개 오름 중에서 거문오름은 특별하다. 천연기념물 444호로 지정·보호될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거문오름에서도 용암이 흐른 길을 따라 이어진 ‘용암길’은 1년 중 거문오름국제트레킹이 진행되는 기간에만 공개된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에서 신비로운 거문오름을 탐방하는 절호의 기회다. 용암길에는 붕괴 도랑과 용암 함몰구 등 독특한 지형이 발달했으며, 식나무와 붓순나무 등 희귀 식물이 군락을 이룬다.

숯가마 터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 등 역사 유적도 볼 수 있다. 용암길을 걷고 나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만 년 전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올해엔 제12회 거문오름국제트레킹이 진행되는 7월 20~28일에 개방된다. 누구나 예약 없이 오전 8시~오후 1시 출입증을 받아 탐방할 수 있으며(무료), 트레킹 뒤에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 들러 제주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자동차로 즐기는 섬 여행 매력 있네!

섬 여행은 고즈넉하고 변화무쌍하다. 모든 여행의 ‘끝판왕’이 섬 여행인 것도 그 때문이다. 섬에는 역사가 숨어 있고, 특별한 경치가 빛나고 전설과 신화가 꿈틀거린다. 최근 섬과 육지 사이에 대교가 생기면서 자동차로 편하게 섬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올여름 섬으로 휴가를 떠나보면 어떨까.
대장봉에서 바라본 고군산군도
대장봉에서 바라본 고군산군도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 가는 풍속도가 180도 바뀌었다. 선유도와 장자도 등 주요 섬은 시내버스도 오간다. 현수교인 고군산대교가 신시도와 무녀도를 연결하면서 뭍과 섬이 한몸이 됐다. 고군산군도는 57개 섬으로 이뤄진 섬의 군락이다. ‘신선이 노닐던 섬’인 선유도를 대표로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 수려한 해변과 어촌 풍경을 간직한 섬이 이어진다. 대장도 대장봉(142m)에 오르면 고군산군도를 잇는 길과 다리, 섬과 포구가 한눈에 다가선다.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고군산군도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둘러봐야 진면목이 드러난다. 선유3구 골목과 남악리는 어촌 풍경이 정겹다. 명사십리해변의 ‘선유낙조’는 고군산군도의 으뜸 풍경으로 꼽힌다. 선유1구 옥돌해변의 해변데크산책로는 호젓하게 걷기 좋다.

전남 고흥반도에서 남서쪽으로 2㎞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거금도는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이다. 2011년 총 길이 2028m 거금대교가 들어서며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섬이 됐다. ‘거대한 금맥이 있는 섬’이라는 이름과 달리 금광은 찾아볼 수 없지만, 낙타 모양 섬 구석구석에 아름다운 풍광이 숨어 있다. 거금휴게소는 섬을 휘감아 도는 자동차 일주도로와 거금도둘레길(7개 코스, 42.2㎞)의 출발점이다. 거금도에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소록도는 나병 환자의 아픈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하면서 전남 신안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목포와 연륙교로 이어진 압해도부터 다이아몬드제도의 관문인 암태도까지 차량 여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천사대교를 건너면 가장 먼저 암태도와 만난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일어난 소작쟁의를 기념하는 탑과 해안 지역에서 보이는 미륵 신앙 유적인 매향비가 볼거리. 기동삼거리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벽화도 인기다. 암태도에서 중앙대교를 건너 내려오면 팔금도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마을 풍경이 고즈넉하다. 팔금도에서 신안1교를 건너면 안좌도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김환기 화백의 고택이 있는 섬이다. 암태도에서 은암대교를 건너면 자은도다. 해변에 소나무가 빼곡한 분계해수욕장은 여름이면 가족 여행객으로 붐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