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진작가 왕칭송, 한미사진미술관 개인전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 전시된 왕칭송의 ‘언제까지나 영원히’.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 전시된 왕칭송의 ‘언제까지나 영원히’.

중국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왕칭송(53)은 자신의 작업을 ‘사회적 다큐멘터리’라고 부른다. 사회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카메라 렌즈에 담는 기자이기를 자처한다. 실제로 그는 자본주의와 서구문화 유입으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논쟁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군중을 동원해 스케일로 승부하는 왕칭송은 1990년대 사진 장르에 설치미술과 행위예술을 접목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현대미술관, 구겐하임뮤지엄 등 대형 미술관도 그의 작품에 주목했고, 소장품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왕칭송이 8월 31일까지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중국 현대사회를 특유의 시선으로 고발한 작품 40여 점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로 합성해 작업한 초기 포토몽타주 사진부터 중국 사회를 특유의 해학적 감성으로 연출한 작품, 수십 수백 명의 모델을 동원한 사진까지 지난 20년의 작업을 한꺼번에 풀어놓았다. 중국 사회의 교육, 이주민, 도시재개발, 과소비, 노인, 육아 등 사회적 시스템의 뒷면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들이다. 중국 사회 전체가 급속한 성장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그 이면에 감춰진 실상을 진지하게 질문한다는 뜻에서 전시회 제목을 ‘생활예찬(The Glorious Life)’으로 붙였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연출해 찍은 2013년 작 ‘팔로 유(Follow You)’는 풍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직선적이다. 거대한 도서관을 감옥처럼 둔갑시켜 학생이 갇혀 졸고 있는 모습을 흥미롭게 잡아냈다. 가족 사진을 연상시키는 ‘언제까지나 영원히’는 시골마을 최빈층에서 태어나 넝마주이와 비슷한 생활을 거친 사람들이 현대사회의 화려함에 취해 노인과 육아를 외면하는 사회적 추세를 은유적으로 풀어냈다.

유해물질을 분유에 첨가한 사건을 다룬 2009년 작 ‘안전한 밀크’도 서양 여성 10명을 동원해 연출한 대작이다. 9m의 긴 테이블에 가슴을 드러내고 앉아 요구르트와 우유를 쏟고 있는 여성들을 통해 서양 우유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씁쓸한 현실을 특유의 유머로 담아냈다. 과거를 대하는 중국인의 자기모순적인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달러와 외국산 휴대폰, 코카콜라 등을 들고 있는 부처를 연출한 작품에서 보듯, 전통과 기존 가치가 자본주의 소비욕구에 가려져 그 의미가 전복되거나 기형적으로 변형된 시대 상황을 꼬집는다. 문화적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중국 지도자를 연출한 작품도 그들의 어설픈 외교능력에 날카로운 일침을 날린다.

손영주 한미사진미술관 큐레이터는 “왕칭송의 작품은 정교한 테크닉보다는 내용을 중시해서 읽어야 한다”며 “작가가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가 감상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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