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이두용 작가의 여행 두드림 - 이탈리아 로마

검투사 열정으로 콜로세움 한 바퀴…성자의 마음으로 바티칸 나들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조각돼 있는 이탈리아 낭만의 중심 트레비 분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조각돼 있는 이탈리아 낭만의 중심 트레비 분수.

채널을 돌리면 해외여행 관련 TV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그만큼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어지간한 국내 여행보다 저렴한 해외여행 상품도 많아졌다.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다양해진 만큼 언제 어디를 갈지 막상 고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유럽은 해외여행의 꽃이다. 시간과 금전의 여유만 있다면 누구나 유럽행 비행기에 오르고 싶어 한다. 유럽 여행의 시작엔 이탈리아 로마가 있다. 유럽의 역사를 써왔고, 여전히 유럽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그곳,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로마로 들어가 보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기원전 7세기께 세워진 로마, 그 도시와 도시민은 동시대 다른 민족과 상당히 다른 면을 가지고 있었다. 흔히 그리스를 두고 ‘철학에 의한 지배’를 받은 나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유대인을 신에 의한 지배, 로마인은 법에 의한 지배를 받은 나라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당시 로마인은 모든 것을 규격화, 제도화, 규범화하기 좋아했던 것 같다.
① 고대 로마시대의 정치와 상업, 종교의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 유적지

① 고대 로마시대의 정치와 상업, 종교의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 유적지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식 포장도로는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카이쿠스가 BC 312년에 만들었다. 그의 이름을 따서 ‘아피아 가도’라고 부른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에 등장하는 로마로 통하는 길은 아마도 아피아 가도를 뜻할 것이다.

로마는 도시 전체가 역사를 간직한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고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953년 만들어진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하는 명소들을 지금 방문해도 크게 달라진 것을 찾기 힘들 만큼 도시는 과거를 품고 오늘을 산다.

처음 로마에 갔을 때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가는 곳마다 내 눈엔 유적보다 관광객이 먼저 보였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여행이 아니라 생활을 하면서 로마를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그리고 두 달 넘게 로마에 머물렀다. 로마에서 유명한 곳은 처음 며칠 동안 전부 돌아봤다. 그다음엔 로마 외곽,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도시민이 사는 마을을 걸어 다녔다. 거기서 머리도 잘라보고, 꽃다발도 사보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종일 책을 읽기도 했다. 그때의 시간은 돌이켜보면 평범해서 더 특별한 시간이었다. 로마는 내가 걷는 낯선 골목, 낡은 건물의 주춧돌 하나도 내게 생각해 봄 직한 질문을 건넸다.
④ 캄피돌리오 광장 앞 늠름한 모습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

④ 캄피돌리오 광장 앞 늠름한 모습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

이탈리아 다른 도시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길은 포장도로로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로마 도심을 거미줄처럼 이어주는 길은 여전히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돌길이 대부분이다. 오랜 역사를 두 발로 느끼며 걷기에 더없이 좋다.

로마를 여행한다면 절대 유럽 여행 중 스쳐 지나는 하나의 나라, 이탈리아의 수도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긴 방학을 맞아 유럽 전역을 돌아보기로 하고 이탈리아로 날아왔다면 로마에서 조금 긴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길이 왜 이곳으로 통하는지 알게 된다.

콜로세움, 로마를 넘어 이탈리아의 상징

콜로세움은 로마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내가 로마에서 숙소를 정할 때 ‘일단 콜로세움과 가까운 곳’을 강조했던 것도 로마의 상징과 가까이 있고 싶어서였다.
③ 투사와 성난 사자가 결투를 벌이던 콜로세움의 내부. 원형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③ 투사와 성난 사자가 결투를 벌이던 콜로세움의 내부. 원형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콜로세움에서 도보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을 숙소로 정하고 매일 그 앞을 지나다녔다. 재미있는 것은 관광으로 콜로세움을 찾는 이에게 그곳은 최고의 명소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에겐 동네에 있는 건물 중 하나라는 것. 정말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매일 콜로세움을 지나 생필품을 사러 마트에 다니면서 나 역시 관광객이 모여 사진 찍는 걸 보면 ‘더운 날 여행하느라 고생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말만 그렇지 콜로세움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압도감은 대단했다. 다른 어떤 나라의 어떤 오래된 건축물과도 달랐다. ‘자그마치 2000년 가까이 된 건축물이 이렇게나 장엄하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여러 날 밤낮으로 이곳을 찾아 사진에 담았다. 입장료가 조금 비싸지만 내부에 한 번 들어가 보는 걸 권한다. 콜로세움 원형경기장 안을 한 바퀴 돌고 있으면 사자와 투사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면이 오버랩된다.

② 과거 가축시장 하수도 뚜껑이었다는 설이 있는 로마 유적 ‘진실의 입'

② 과거 가축시장 하수도 뚜껑이었다는 설이 있는 로마 유적 ‘진실의 입'

콜로세움에서 나오면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지척에 ‘진실의 입(Bocca della Verita)’이 있다. 추정되기로 기원전 4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6000년이 넘은 유적이다.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을 조각한 것인데, 이 조각상이 진실과 거짓을 심판하는 ‘진실의 입’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다. 과거 로마 시대 가축시장의 하수도 뚜껑이었다는 설도 있다.

콜로세움에서 큰길을 따라 베네치아 광장 방향으로 10여 분 걸으면 과거 로마의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Foro Romano)’가 나타난다. 현재는 돌무더기만 잔뜩 깔려 있지만, 한때 로마의 정치·상업·종교 활동이 활발히 이뤄졌던 곳이다. 포로 로마노 가운데는 성스러운 길(Via Sacra)이 놓여 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돌아온 장군들이 개선 행진을 하던 거리다. 이 길 양쪽으로 유적들이 줄지어 서 있다. 테베레강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캄피돌리오 광장에 오르면 포로 로마노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가 품은 교황의 나라, 바티칸

로마에 가면 빠지지 않고 돌아보는 코스 중 하나가 바로 바티칸이다. 이곳은 가톨릭 신자에게 가장 성스러운 곳 중 한 곳으로 위대한 역사와 위대한 인간 정신의 모험을 증언하고 있다.

이곳은 교황이 지배하는 독립국으로 교황청의 기능 수행 보호를 위해 창설된 세속적 영토주권 국가다. 바티칸은 지상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있으나 국제법상 완전한 주체로서 영세중립국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로마 안에 있지만 하나의 시이며 나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나라를 구분하는 국경이나 눈에 보이는 담장, 펜스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바티칸이 유명한 것은 종교적 이유도 있지만, 이 조그만 국가의 경계 안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뛰어난 예술품과 건축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티칸 중앙에 있는 산피에트로 대성당(St Peter’s Basilica)은 이중 콜로네이드(회랑)로 만들어졌으며 전면에 원형 광장이 있고 궁전·정원이 인접해 있다. 성 베드로의 묘지 위에 세워진 이 대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종교 건축물이기도 하다.

이 대성당은 세계적인 예술가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베르니니, 마데르나, 브라만테 등의 천재성이 결합된 산물이다. 그래서 이곳에 들어서면 거대한 예술작품 안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걸음마다 사방으로 역사책이나 미술책에서 봤음직한 거장들의 작품이 등장한다.

수많은 작품이 줄지어 있지만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다. 이 작품이 그려진 공간에 들어서면 천장에서 쏟아지는 압도감에 할 말을 잃을 정도다. 높은 천장에 오색찬란하게 그려진 작품을 보고 있으면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미켈란젤로는 천장에 매달려 이 그림을 그리다가 떨어지는 분진 때문에 시력이 크게 나빠지고 허리 디스크에 걸려 고생했다고 한다.

사랑이 이뤄지는 낭만의 트레비 분수

콜로세움이 이탈리아의 상징이라면 이탈리아 낭만의 중심은 단연 ‘트레비 분수’다. 분수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이 분수는 바티칸 광장을 만든 베르니니가 최초 디자인했다. 실제는 니콜라 살비의 대표작으로 1732년 착수해 그가 죽은 뒤 1762년 완성됐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분수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트리톤, 해마 등의 조각이 있다. 밤이 되면 분수의 조각상 주변으로 아름다운 조명이 들어온다. 로마는 야경이 특별히 아름다우니 야간 투어도 놓치지 말자.

트레비 분수 안쪽을 보면 전 세계 동전을 모두 볼 수 있다.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정석처럼 알려진 것도 있다. 등을 돌리고 서서 오른손에 동전을 쥐고 왼쪽 어깨 너머로 던지며 소원을 비는 것이다.

트레비라는 이름이 멋져 보이지만 속설이 있다. 이탈리아어로 3을 의미하는 트레(Tre)와 거리를 뜻하는 비(Via)가 합쳐진 말이란다. 한국말로 ‘삼거리 분수’쯤 되겠다. 촌스러워 보이지만 실제 이 분수는 큰 세 개의 골목 중앙에 있어 신뢰가 간다. 트레비 분수에서 로톤다 광장으로 향하면 판테온이 있다. 서기 120년 모든 신에게 바치기 위해 지은 신전으로 로마 건축물 중 가장 훌륭한 돔으로 평가한다. 지척에 있는 포폴로 광장의 쌍둥이 성당(Santa Maria dei Miracoli)도 볼거리다. 사실 글로 풀어내기에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한 곳이 로마고 이탈리아가 아닐까. 가보지 않고 상상하기보다 반드시 머물면서 오감으로 체험해보길 권하는 도시다.

로마=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sognomedia@gmail.com

여행 정보

이탈리아 로마는 유럽 여행의 꽃이자 시작인 만큼 항공편 선택지가 다양하다. 직항은 이탈리아 국적기인 알이탈리아를 비롯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있다. 알이탈리아는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 주 5회 운항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주 7회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2시간10분 정도다. 로마를 여행할 땐 반드시 구입할 게 있는데 바로 로마패스다. 로마에 있는 박물관, 미술관을 비롯한 명소에 무료 입장하거나 할인받을 수 있는 카드다. 더욱이 사용기간 내 공항 이동을 제외한 버스와 지하철, 트램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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