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직접 쓴 우울증 책, 잔잔한 반향
“울적한 순간에도 친구들의 농담에 웃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허전함을 느끼고, 그러다가도 배가 고파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

백세희 작가가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아 상담받은 기록을 옮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는 지난해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후속작이 나왔다. 전작에 넣지 못한 이야기와 이후 16주간의 상담 내용을 담았다.

자신의 우울증을 ‘고백’하는 책들이 연이어 나오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우울증을 극복하고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보던 책들과 달리 병과 함께 하는 일상을 얘기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쓰는 주체도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가 아니라 일반인인 환자로 바뀌었다.

환자가 직접 쓴 우울증 책, 잔잔한 반향
《아무것도 할 수 있는》(위즈덤하우스)의 저자 김현경 씨는 “정신과 의원과 상담센터 앞에서 몇 번이고 돌아섰다”고 했다. 김씨는 “우울증 환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려움을 겪는지 주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털어놓는다. 독립출판물 작가 서귤 씨가 쓴 《판타스틱 우울백서》는 살아가는 데 불만이 없고 일상에 문제될 게 없음에도 우울한 자신을 돌아보며 병원을 찾고 치료해온 과정을 만화로 그려냈다.

환자가 직접 쓴 우울증 책, 잔잔한 반향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시공사)의 저자 김정원 씨도 우울증은 ‘남의 일’로만 여겨왔던 중년의 평범한 남성이다. 정신과에 가는 걸 부끄러워하고 약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던 그는 ‘걸리다’라는 말 대신 ‘왔다’라는 동사로 병을 받아들인다.

4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우울증과 관련된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의 절반 이상이 20~30대였다. 양단비 인터파크 문학 상품기획자(MD)는 “우울증이라는 아픔을 당당하게 마주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책들이 주목받고 있다”며 “독자들이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그간 미처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