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골동품을 보면 선조들의 삶이 보인다
극락왕생이 최고 목표였던 고려시대 불교는 이상적이고 미학적이었다. 반면 조선시대 건국 이념인 성리학은 현실세계를 중시했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실용적이었다. 조선 백자에는 사대부가 지향한 성리학 사상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양반들이 백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그릇으로서의 기능이다. 백자는 실용성을 위해 고려 청자의 화려하고 장식적인 요소를 억제했다. 고온에서 제작한 백자는 투습성이 낮고 강도가 높아 일상에서 널리 애용됐다. 미술평론가인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작은 순백자 항아리가 햇살을 받으면 설색을 띠면서 반짝인다”며 “그것을 받친 무명천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밖을 향해 사선으로 뻗은 백자의 주둥이에서는 구형의 단순함에서 벗어나고자 한 도공의 기지가 느껴진다”며 “둥글면서도 완전히 둥글지 않은 형태는 편안함과 더불어 무한한 상상력을 일깨운다”고 설명했다.

《앤티크 수집 미학》은 박 교수가 자신의 수집품 중 아끼는 골동품 60점에 대해 쓴 글이다. 백자를 비롯해 토기, 옹기, 석물, 목가구, 민화, 시첩 등에 관해 구입한 경위부터 미술사적인 정보, 조형적인 특색, 개인적 비평 등을 뛰어난 문장력으로 기술한 덕분에 읽는 맛이 쏠쏠하다.

현대미술평론가인 저자에게 골동품은 조형을 보는 안목을 훈련하는 대상이자 신선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개다. 일상에서 수습한 온갖 기호학적 파편에서 생명의 기미를 찾아내는 것이 수집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골동품 안에 새겨진 아득한 시간의 흔적에서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엿본다. 장류, 젓갈 등을 담는 옹기는 한국의 저장문화, 꼭두(상여 장식 인형)와 동자승은 사후 세계를 바라보는 조상의 세계관을 알려준다. 매미 형상의 휴대용 먹물 통, 새 머리 토기 잔 등은 우리 조상의 실용성과 멋을 동시에 보여준다. 저자는 골동품에 깃든 선조의 지혜와 맑고 섬세한 성정을 찾아내 독자에게 명료하게 들려준다. ( 박영택 지음, 마음산책, 352쪽, 1만6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