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건강상식] 나이 가리지 않는 화병…스트레스 관리 소홀해선 안돼
화병(火病)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질환이다. ‘참는 게 미덕’이던 시절을 거치면서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데 익숙한 이들에게서 화병도 나타나게 됐다. 화병이라고 하면 주로 중년 여성에게서 흔히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10~20대 화병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젊은 층에서도 일상의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화병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민간에서 쓰이는 정신과 관련된 병명으로 '울화병(鬱火病)'의 준말이다. '울화'란 화가 쌓여 몸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즉 화병은 ‘화(火)’의 기운을 가진 분노가 쌓여서 생긴 병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의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에서는 화병을 ‘문화관련증후군’의 하나라고 언급하고, 한국의 민속증후군으로서 ‘분노증후군’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화병의 원인은 대부분 심리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일상에서 느낀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억누르면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으로는 피로와 공황, 임박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우울, 소화불량, 식욕부진, 호흡곤란, 상복부의 이물감 등이 있다.

한의학에서 화(火)란 오행의 하나로 격렬한 감정이나 심기의 흥분을 의미한다. 만약 칠정(七情, 7가지 감정)이 과도해지면 각 소속 장부에서 화가 일어나 각종 증상을 유발한다. 장기적으로 정신 활동이 과도하게 흥분 또는 억제될 경우 기를 문란하게 하여 오장육부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화병의 치료는 증상을 고려해 변증치료를 한다. 주로 한약, 침, 뜸 등으로 올라간 화를 아래로 내려주고 뭉쳐진 기를 소통시키는 치료법을 활용한다. 한방정신요법도 실시하곤 하는데, 치료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환자의 정서를 역동적으로 중재하기도 하며 때로는 환자가 자활할 수 있도록 호흡이나 명상 요법을 지도하기도 한다.

화병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는 일시적이고,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화병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평소에 제대로 스트레스 관리를 해줘야 한다. 가벼운 운동이나 명상, 여가 활동으로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스트레스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일상 생활을 점검해 보는 것도 화병을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