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안돼서 이 사단이 났는데 경영에서 물러나 고객소통을 맡아서 하겠다고요?"

최근 곰팡이 호박즙 논란을 겪고 있는 임블리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가 20일 "임블리 임지현 상무가 보직을 내려놓고 브랜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게 된다"라고 밝히자 나온 네티즌 반응이다.

박준성 대표는 이날 금천구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임지현 상무는 고객 여러분께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가슴 아파하고 있다"면서 "임 상무는 고객 여러분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7월 1일자로 상무 보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 상무는) 고객과 소통하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임블리 브랜드 인플루언서로서 더욱 진솔하게 고객과 소통하며 신뢰 회복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블리 기자회견 후 쏟아진 말말말 "인플루언서? 소통 안돼 이 지경 됐는데"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팔로어)를 보유한 ‘SNS 유명인’을 말한다.

이같은 해명은 임블리 소비자들의 화를 돋궜다.

네티즌들은 기자회견 이후 "어차피 가족회사인데 물러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단지 품질에 대한 논란만이 소비자 분노를 키운 것이 아니다. 대충 넘기면 되겠지 하는 대처에 분노를 느꼈고 괘씸한 마음 뿐이다", "상무직에서 물러나지만 인스타는 계속 할건가 보네. 그럼 딱히 달라질게 있나?", "이제 임 상무 물러납니다 하는 사람이 임지현 남편 아닌가" 등의 차가운 반응을 쏟아냈다.

박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이슈가 불거진 직후 우리의 미숙한 소통으로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을 줬다"면서 "이 일을 계기로 고객 소통과 응대, 경영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검사 결과 호박즙의 안전성은 문제가 없었다"면서 "22억 원을 환불조치한 것은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였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 상무는 6월부터 고객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설명하는 소비자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경영에서 물러난다면서도 브랜드 홍보를 앞으로도 SNS를 통해 계속해나가겠다는 행보 발표에 취재진들은 모두 갸우뚱했다.

이어진 취재진의 "임블리로부터 협찬을 받으며 모델 및 홍보 활동을 계속 한다는 것이냐", "상무 보직에서 물러나는데 브랜드 인플루언서로서 계속 역할을 한다는 걸 퇴진이라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건 없다"며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임블리 기자회견 후 쏟아진 말말말 "인플루언서? 소통 안돼 이 지경 됐는데"
한편 지난해 1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중견 패션 그룹으로 급성장하던 부건에프엔씨와 임블리는 지난달 초에 불거진 곰팡이 호박즙 논란과 더불어 이후 미비한 대처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 부건에프앤씨의 코스메틱 브랜드인 블리블리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으며, 도매업체 상대 갑질 논란도 불거졌다

나아가 명품 디자인 카피 논란과 제품 불량에 대한 부실한 대응 등을 둘러싸고 폭로 공방이 소비자등을 중심으로 이어지면서 거센 후혹풍이 이어졌다.

임 상무는 SNS를 통해 "과거의 저는 양쪽 길이가 다른 가방 끈은 잘라 쓰시면 된다, 막힌 단추구멍은 칼로 째서 착용하셔라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댓글들로 고객분들께 상처를 줬고, 듣기 싫은 댓글은 삭제도 했었다"라고 후회했다.

이어 "먹는 제품, 바르는 제품에까지도 '내가 썼을때는 괜찮았는데'라며 일부의 불만 정도로 치부했다"면서 "그래도 잘 팔리는데, 나를 이렇게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은데 그정도는 이해해주시겠지 하며 오만한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고객들과) 웃으며 얘기했던 그 날이 너무 그립다"고 감성 넘치는 글을 남겼다가 네티즌들로부터 "우리가 고객이지 친구냐"라고 뭇매를 맞았다.

결국 이달 초 들어 온·오프라인 매장에 제휴해 입점했던 블리블리 브랜드는 일부 면세점과 헬스앤뷰티(H&B)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가 중지됐다.

임블리는 자신의 쇼핑몰 VVIP였던 고객이 호박즙 곰팡이 사태 이후 등을 돌리며 안티 계정을 운영하자 계정 폐쇄 가처분신청을 냈고 VVIP 측은 국민모금을 통해 강용석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