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스티븐 존슨 지음 / 강주헌 옮김
프런티어 / 324쪽 / 1만6000원
폐선이 된 고가철로를 공원으로 조성해 미국 뉴욕의 명물이 된 ‘하이라인 파크’.  /한경DB

폐선이 된 고가철로를 공원으로 조성해 미국 뉴욕의 명물이 된 ‘하이라인 파크’. /한경DB

“오늘 점심 뭐 먹지?” 날마다 동료들과 하는 질문이다. 일행이 두세 명이면 그나마 괜찮지만 예닐곱 이상이면 정하기가 쉽지 않다. 각자의 식성, 전날부터 먹은 음식, 가성비와 해당 식당의 자리 유무 등 고려해야 할 게 많아서다. 짧은 점심시간에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무턱대고 갔을 때의 실패 위험 때문이다. 밥 한 끼 먹는 것도 이런데 개인과 조직, 사회,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하는 까닭에 기업의 최고경영자, 국가지도자 등 최종 결정권자는 고심을 거듭하게 된다. 실패의 위험을 줄이고, 후회를 덜 남기는 의사결정법은 없을까.

[책마을] 좁은 시야서 벗어나라…좋은 대안은 가장 바깥에 있다

《미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의 저자 스티븐 존슨은 “현명한 결정을 만드는 것은 직관이 아니라 합리적 심사숙고”라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사결정의 원칙과 방법을 3단계로 제시한다. 첫 단계는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모든 변수와 가능한 모든 방향에 대한 ‘마음의 지도’ 작성이다. 두 번째는 관련 변수들을 고려해 각 방향이 지향하는 결과를 예측하는 것, 세 번째는 궁극적인 목표를 기준으로 다양한 결과를 비교·검토해 방향을 결정하는 단계다.

합리적 심사숙고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저자는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든다. 빈 라덴은 9·11테러를 주도한 국제적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였다. 그의 은신처가 포착된 것은 2010년 8월 파키스탄의 건조한 골짜기 도시 페샤와르 동쪽에 있는 아보타바드의 작은 시골마을에서였다. 하지만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이곳을 급습한 것은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이듬해 5월. 그만큼 작전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전개됐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 대한 최신 이론이 동원됐다.

우선 높이 4.5m의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콘크리트 담장 안의 복합주택에 살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부터 알아내야 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그물을 넓게 치고 다양한 단서를 수집해 짜 맞췄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결정 방식이다. 오바마는 ①B-2 폭격기를 이용한 정밀 폭격 ②특수작전부대를 동원한 습격 ③정밀 유도미사일로 표적 제거 ④파키스탄군과의 합동작전 등 네 가지 방안 중 ②번을 선택했다. 그다음엔 은신처로 추정되는 건물과 똑같은 건물과 상황을 만들어놓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비했다. 은신처와 비슷한 고도에서도 시뮬레이션을 시행했다.

작전은 성공했다. 블랙 호크 전투헬기 한 대가 추락했지만 이는 ‘알려진 무지(無知)’였다. 그럴 수도 있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치밀하게 준비했는데도 빠뜨린 게 있었다. 줄자였다. 사살된 사람의 키가 빈 라덴의 키와 같은지 재봐야 했기 때문. 결국 키가 같은 사람을 찾아내 시신 옆에 눕혀놓고 비교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저자는 토머스 제프슨이 영국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일 당시 잘못된 결정으로 낭패를 봤던 일을 비롯해 역사적 사건들을 예로 들며 3단계 결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책 전반에서 강조하는 것은 확증편향처럼 좁은 시야에 갇히지 말라는 것, 열린 마음으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 다양한 대안과 다양한 시뮬레이션으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오류들이다.

미국 뉴욕의 명물이 된 하이라인파크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정책당국자도, 기업가도 아니라 화가 로버트 해먼드와 작가 조슈아 데이비드였다. 이런 사례를 통해 저자는 “새로운 대안은 가장 바깥(주변부)에 있다”며 좁은 대역에 머물고 있는 시각을 풀 스펙트럼으로 확장하라고 강조한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은 “인간을 다른 종과 구분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은 최근 과학자들이 인정하기 시작한 능력, 즉 미래를 숙고하는 능력”이라며 “‘호모 프로스펙투스(Homo Prospectus)’가 인간에게 더욱 합당한 명칭”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누구나 훌륭하게 예측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상황을 미리 대입해보는 시뮬레이션, 워게임,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생각하며 예측하는 시나리오 플래닝, 확증편향의 위험을 줄여주는 사전부검, 적군 역할을 대신하는 아군의 레드팀 등 다양한 예측 도구를 활용해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개인의 일도 그렇지만 조직, 사회, 국가의 일일수록 더 멀리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탈원전, 4대강 보 해체, 경제정책 등의 큰 결정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뤄졌을까.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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