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경계 사라진 유통가…"고객과 접점 늘려라"
세계 최대 온라인 판매업체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계산대 없는 편의점인 ‘아마존고’와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북스’ 등을 선보인 데 이어 2017년에는 미국 유기농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마켓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중저가 슈퍼마켓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의 전략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히는 ‘판로 다양화’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마존이 진짜 노리는 것은 단순히 판로가 아니다.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채널로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 데이터를 이용해 마케팅과 가격, 상품을 고객별로 최적화해 다른 회사가 모방할 수 없는 방향으로 유통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들이 쓴 《채널전쟁》은 글로벌 시장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유통전쟁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이커머스기업인 쿠팡의 돌풍에 맞서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이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처럼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고객을 뺏어오는 전략을 ‘채널 시프트’라고 부른다. 채널이란 ‘판매의 장’을 넘어서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장’이다. 기업들은 기존 채널을 혁신해 고객과의 접점을 키워나가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아마존대시’는 스마트폰이나 PC를 켜지 않고 특정 상품을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전용 버튼이다. 냉장고나 세탁기에 붙여놓고 세제나 기저귀가 떨어졌을 때 버튼만 누르면 주문이 이뤄진다. 아마존대시는 작은 버튼에 불과하지만 ‘채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존재다. 온라인 구매의 접점을 집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에 출현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성인식 스피커 ‘아마존에코’로 진화했다. 매장에 가서 주문하듯 집에서 “복사용지 주문해줘”라고 말만 하면 바로 상품이 배달된다. 고객의 구매 행동을 기준으로 볼 때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없는 모습이다.

미국 남성의류 브랜드 ‘보노보스’는 채널 시프트의 또 다른 사례를 보여준다. 온라인 스토어를 기반으로 하는 보노보스는 내년까지 미국 전역에 오프라인 매장을 100개점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 매장은 고객이 온라인에서 선택한 상품을 입어보고 구매를 완료하기 위한 곳이다. 사이즈 등을 확인한 뒤 매장을 나오면 옷이 집으로 배송된다.

과거에는 좋은 입지에 매장을 내면 고객이 알아서 찾아왔다. 매장이 고객의 선택부터 구매까지 모든 유통기능을 통제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때도 대부분의 선택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얻은 정보로 이뤄진다. 저자들은 “매장은 고객의 구매과정에서 하나의 통과지점에 지나지 않는다”며 “따라서 매장뿐 아니라 앱(응용프로그램), 상품, 미디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모든 채널에서 고객과 밀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