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

미치오 카쿠 지음 / 박병철 옮김
김영사 / 488쪽 / 2만4000원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The Martian)’에서 화성 탐사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홀로 화성에 낙오된다. 임무 수행 중 갑자기 불어닥친 모래폭풍 속에서 그가 죽었다고 판단한 동료 대원들이 그를 남기고 떠난 것.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고 대기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인 데다 대기압은 지구의 1%에 불과한 이곳에서 마크는 생존을 모색한다. 그중 하나가 인공정원을 만들어 감자를 심어 키우는 것. 자신의 배설물을 비료로 삼아 재배에 성공한다. 마크는 화성의 환경을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생존에 성공, 마침내 극적으로 구조된다. 실제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홀로 화성에 남겨진 화성탐사대원의 생존기를 그려낸 영화 ‘마션’의 한 장면.

홀로 화성에 남겨진 화성탐사대원의 생존기를 그려낸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이론물리학계의 세계적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교수는 《인류의 미래》에서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인공지능 로봇과 나노기술, 생물공학과 천체물리학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화성을 비롯한 다른 행성에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태양계뿐만 아니라 외계행성에서도 지구처럼 거주 가능한 조건을 갖춘 곳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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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을 만큼 안전한가. 저자의 대답은 ‘아니오’다. 기나긴 역사에서 지구상의 생명체는 이미 다섯 차례 대량멸종을 경험했고, 90%의 생명체가 그 가운데 멸종했다. 지구온난화, 세균전쟁, 핵무기의 위협, 폭증하는 인구와 자원 고갈, 자연재해 등은 지금 당장 지구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수천 년 주기의 빙하기가 도래할 수도 있고, 화산 폭발, 6500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도 상존하는 위험이다. 태양이 수명을 다했을 땐 어떻게 할 것인가.

당장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해서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구의 생명체가 생존의 기로에 서면 선택지가 별로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탈출해 살 만한 곳을 찾거나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아니면 멸종한다. 재앙의 정도가 심해 지구에서 대안을 찾지 못하면 답은 하나다. 우주로 가라….

이런 전망과 함께 저자는 행성과 별을 탐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인공지능과 나노기술, 생명공학을 십분 활용해 달에 영구기지를 세우고 화성을 식민지로 개척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금의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지만 화성을 테라포밍(terraforming)해 얼어붙은 불모의 사막을 거주 가능한 땅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도 제시한다. 테라포밍은 행성을 개조해 인간이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저자는 “자기복제로봇과 가볍고 강한 나노 소재를 이용해 기지를 짓고 생명공학으로 식량을 재배하면 화성은 훌륭한 거주지가 될 것”이라며 “화성을 전초기지로 삼아 목성, 토성의 위성으로 기지를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1980년대 이후 오랜 침체기를 끝내고 새롭게 찾아온 우주탐험의 황금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각국이 앞다퉈 우주 개발에 나선 데다 민간자본까지 가세했다. 미국은 우주인을 다시 달에 보낸다는 목표를 2024년으로 4년이나 앞당겼고, 2033년에는 화성에도 사람을 보낼 계획이다. 중국은 ‘우주굴기’를 표방하며 올해 초 최초로 무인탐사선을 달 뒷면에 착륙시켰다. 내년에는 화성 탐사선을, 2029년에는 목성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군사적 목적으로 정부가 주도했던 냉전 시기의 우주개발 경쟁과 달리 민간기업 다수가 상업적 목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의 스페이스엑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의 블루 오리진,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 갤럭틱이 대표적이다.

태양계를 벗어나 가까운 별을 탐험하는 시대도 상상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다섯 번째 과학혁명에서 탄생한 나노우주선과 레이저항해술, 렘제트융합, 반물질엔진이 이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특별연구기금을 조성해 성간(星間)여행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이를 위한 투자다.

달과 화성이든 외계의 별이든 인류가 낯선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인간의 신체도 달라져야 한다. 성간여행은 최소 수십 년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므로 유전공학을 이용해 수명을 늘려야 하고, 지구와는 중력과 대기성분, 주변 환경이 완전히 다른 외계행성에 적응하도록 신체를 개조해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우주탐사 및 개발은 공상과학에서 시작해 첨단과학으로 실현된다. 저자는 달과 화성을 거주가능 지역으로 바꾸기 위한 방안, 외계행성을 탐사하기 위한 자기복제형 우주로봇과 핵추진 우주선, 소행성 벨트의 자원 개발, 우주 식민지 개척 등의 주제를 과학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공상의 수준을 넘어선다. 전문적이면서도 폭 넓고, 과학적이면서도 쉬운 문체와 설명은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온 저자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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