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경 일본 반출된 7세기 걸작…‘백제의 3대 미소’
지난해 환수협상 나섰으나 가격 문제로 결렬
문화유산회복재단, 8일 기자회견
“적극적인 환수 노력” 촉구 예정

일본인 소장자와의 가격 협상이 결렬돼 교착 상태에 빠졌던 국보급 백제 불상의 환수 작업이 재개된다. 문화유산회복재단은 8일 충남도반출문화재실태조사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반가사유상, 서산 마애삼존불상과 함께 ‘백제의 3대 미소’로 불리는 부여 규암면 출토 금동관음보살입상의 환수를 위한 정부와 각계의 노력을 촉구할 예정이다.

규암면 출토 금동관음보살입상은 일본 반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6월 존재가 확인되면서 정부가 환수 작업에 나섰으나 소장자와의 가격 협상이 현격한 차이로 무산돼 사실상 답보 상태에 빠졌다. 그런 가운데 이 불상이 올해 초 중국 상하이박물관에 연구 및 전시용으로 반출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백제의 걸작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규암면 출토 금동관음보살입상은 1907년 규암면에서 땅을 파다가 드러난 쇠솥 안에서 발견된 2구의 불상 가운데 하나다. 이중 높이 21.1㎝인 한 점은 일본인 니와세 노후유키의 손에 넘어갔다가 반출 직전에 포착돼 국보 제293호로 지정돼 있다. 높이 26.5㎝인 다른 한 점은 경매를 거쳐 대구의 고미술품 수집가 이치다 지로에게 넘어간 뒤 1922년 경 반출됐다.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가 지난해 6월 근 100년만에 최응천 동국대 교수, 정은우 동아대 교수에게 공개되면서 존재가 확인됐다. 현재 일본에 남아있는 150여 구의 한국 불상 가운데 출토지와 이전 경위, 소장 내력이 정확하게 알려진 불상은 이 불상이 유일하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은 7세기 초 백제의 장인이 만든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은 이 불상을 환수하기 위해 소장자인 일본의 기업가와 협상에 나섰으나 상호 제시한 액수 차이가 워낙 커 결렬됐다.

이후 국제경매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됐던 이 불상은 전시 및 연구를 위해 중국으로 반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중국 상하이박물관이 소장자와 합의해 지난달 초 불상을 건네받았으며, 이달 말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 내달 초부터 ‘조선 7세기 삼국시대 불상’이란 이름으로 전시한다는 것이다. 중국 측은 수·당 시대 중국 불상의 영향을 받은 걸작의 하나로 이 불상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내년에는 허난성박물관이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과 관련해 기획 중인 특별 순회전 ’영원한 실크로드-불교예술의 기원‘ 전에도 이 불상을 출품키로 해 전시가 열리는 내년 3월부터 2년간은 국내 환수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은 “우리 측의 환수협상 전략이 치밀하지 못했다”며 “국내 전시도 못한 상태에서 중국에서 먼저 연구 및 전시를 한다니 더욱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전시를 계기로 불상이 중국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백제의 걸작이 수나라의 영향을 받은 미술품의 하나로 격하돼 중화주의 틀안에 갇혀버릴 우려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문화유산회복재단은 이에 따라 정부는 물론 충남도, 부여군 등과 함께 환수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매입가 마련을 위해 국고 지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후원과 민간 모금 등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한 솥단지에서 발견된 관음보살이 국보 제293호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미소불이 돌아와야 ‘백제의 미소’가 완성될 것”이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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