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같이 생긴 용기에 꽃이 원형을 유지한 채 보관돼 있다. 약품 처리를 해서 오래 보관하는 ‘보존화(프리저브드 플라워)’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이건 보기만 하는 꽃이 아니다. 뚜껑을 열고 꽃을 꺼낸 뒤 뜨거운 물이 담겨 있는 찻잔에 띄우면 근사한 차 한 잔이 된다.이 제품을 만든 이인표 꽃을담다 대표(사진)는 “흔한 꽃차를 최대한 고급스럽게 만들자는 생각에서 개발한 제품”이라며 “일반 꽃차를 생산할 때보다 두세 배 많은 비용이 들어 값은 비싸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사실 꽃차는 흔하다. 전통 방식으로 꽃차를 만드는 명인의 제품부터, 일반 제조업체들의 양산품, 집에서 나름대로 꽃을 말려 우려내는 ‘우리집 꽃차 전문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꽃차를 만들고 즐긴다. 꽃을담다가 다른 꽃차 회사들과 구별되는 점은 시험관 모양의 플라워티스틱이다. 이 대표는 “프랑스의 유기농 허브티 전문 브랜드 르 베네피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마리골드, 맨드라미, 국화 등의 꽃은 국내산만을 쓰고, 계약재배로 가져온다. 그래야 품질을 높일 수 있고, 줄기를 채취하는 방식까지 직접 결정할 수 있어서다. “마리골드는 충남 공주시의 농가에서 3t 정도를 받아오고 있어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집트산 마리골드에 비해 100배쯤 가격이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이 대표는 “귀농해서 새롭게 화훼 농업에 뛰어든 농가를 선호한다”고 했다. 기존 화훼 농가는 과거에 농약을 썼던 적이 있는지까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처음 시작하는 농가와 거래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는 설명이다.플라워티스틱으로 차를 우려 마시려면 한 잔에 5000원 정도 든다. 일반 꽃차 한 잔 가격이 1500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꽤 비싸다. 이 대표는 “인건비가 두세 배 더 들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긴 어렵다”며 “가정용보다는 기업의 선물세트와 카페의 트렌디한 메뉴로 들어가는 쪽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꽃을담다 제품들은 실제로 명절에 많이 판매된다. 직원들이나 거래처 등에 멋있는 선물을 하고 싶은 기업체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니스프리카페, 보타니아 등 150여 개 카페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카페에서는 한 잔에 8000원 선에 팔리는데 인스타용으로 인기가 있다”고 덧붙였다.이 대표가 꽃차로 사업을 해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꽃차 소믈리에 수업을 수강했어요. 강의를 들은 뒤 집에 와서 따뜻한 꽃차를 매번 만들어주셨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무게당 단가가 많이 나가는 제품이니까 물류와 보관 등의 측면에서는 걱정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이 대표는 2016년 6월 서울 성수동의 한 지하창고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식용 꽃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수소문했다. 꽃차 강의도 들었다. 건국대 내부에 있는 카페에서 무급으로 일하며 찻집 운영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플라워티스틱에 사용되는 시험관을 구하기 위해 방산시장을 매일같이 돌아다녔다. 꽃을담다의 플라워티스틱은 텐바이텐 등 디자인숍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이 대표는 “꽃차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17년 5월 현대백화점 중동점에 입점한 것을 계기로 매출이 급증했다. 그는 “2016년 4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8억원까지 증가했고, 직원 수도 13명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이 대표의 목표는 꽃과 관련한 문화체험 공간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제주의 오설록, 일본의 라벤더팜은 꽃과 식물을 중심으로 하나의 테마파크를 이뤄 관광명소가 됐다”며 “꽃 테마파크를 전국에 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FARM 강진규 기자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498423790
경북 의성군 금성면에 있는 탑리버스터미널. 1951년 개장해 올해로 만 68년째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이 동네를 다른 지역과 연결해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시외버스가 다니는 곳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약 25명, 4월 초 찾은 터미널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하고 한적했다.경북 의성군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에 빠진 곳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터미널의 모습을 보니 실감이 났다.인근 허름한 다방에서 올해 여든셋이 된 김재도 탑리버스터미널 대표(사진)가 나왔다. 그는 65년째 이곳에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창 사람이 많을 때는 하루 이용객이 2000명이 넘기도 했다”고 옛 기억을 꺼냈다.탑리버스터미널은 1951년 버스 한 대로 운영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1954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고등학교 1학년 때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땐 지금의 버스와는 많이 달랐어요. 스타팅이라는 쇠막대를 엔진에 꽂아 힘껏 돌려야 시동을 걸 수 있었습니다. 부동액이 없어서 동파를 막기 위해 운행이 끝나면 라디에이터에 있던 물을 다 빼야 했던 것도 이제는 추억이네요.”그가 기억하는 터미널의 전성기는 1990년대다. “1970년대부터 승객과 버스가 눈에 띄게 많아지다 1990년대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루 이용객이 2000명이 넘는 날도 흔했죠. 시골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인원입니다. 대구행 버스는 20분에 한 대씩 있었습니다. 운행 시간표 칠판은 글씨로 빼곡했습니다. 지금은 희끗한 분필 가루만이 그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할 뿐이죠.”지난해 안동행 노선을 폐지하면서 현재는 대구로 가는 노선만이 남았다. 김 대표는 “2000년대 자가용이 많아지고, 이 지역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터미널도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며 “부족분은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20년간의 적자에도 그가 터미널을 닫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용객 대부분은 대구에 있는 병원에 가는 노인들입니다. 이 터미널이 사라지면 의성시외버스터미널까지 힘든 걸음을 한번 더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죠. 한 마을에 대학교 나온 사람이 5명도 안 되던 시절에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각종 조합의 대표를 하는 등 마을의 중요한 일을 많이 맡았습니다. 그런 제가 장사 명목으로 터미널 문을 닫는 건 도리가 아니죠. 죽고 나면 뭐 하겠습니까. 몇 푼 있는 돈 다 쓰고 떠나야죠. 적자 때문에 고생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의성=FARM 오세민 인턴기자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514481904
숭실대 동기인 박병진(34·왼쪽), 양형석(33·오른쪽) 씨는 졸업 직후 ‘제2의 백종원’을 꿈꾸며 의기투합했다. 2013년 12월 서울 상도동 숭실대 근처에서 종잣돈 5500만원으로 김치찌개 전문점 ‘백채’를 열었다. 장사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상도동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지인과 단골손님들이 점포를 내고 싶다고 문의해왔다. 일단 가맹점을 내주면서 비용을 최대한 줄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하나둘씩 늘어난 가맹점이 5년 새 150개가 됐다. 수도권에만 130개 가게가 있다. 이들은 백채의 성공을 발판으로 스터디카페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가맹점과 상생 경영 펼치는 백채백채를 운영하는 법인 심플맨은 박 대표와 양 대표가 각각 37.5%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백채 가맹점이 크게 늘어난 데는 두 청년 최고경영자(CEO)의 상생경영 의지가 한몫했다. 로열티를 매출에 연동시키지 않고, 한 달에 20만원만 받기로 한 것이 컸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백채 김치찌개를 하면 같은 매출을 올려도 다른 체인점보다 더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로열티로 벌어들인 돈은 레시피 개발과 질 좋은 식자재 구입, 물류와 인테리어 비용 줄이기 등에 재투입했다. 두툼한 고기로 맛을 낸 백채표 김치찌개는 금세 ‘가성비 갑’ 음식으로 입소문을 탔다. 음식 장사만 다섯 차례 실패했던 한 가맹점주도 백채를 열면서 월 수익 1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가맹점 모집 광고를 하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매년 30~50개씩 점포를 늘려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양 대표는 “가맹점이 망하면 본사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본사는 적정 이윤만 얻고 가맹점주의 비용을 최대한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심플맨은 식자재회사 심플에프앤비, 인테리어회사 이도공간연구소 등도 설립해 백채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 등으로부터 37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돈으로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 부지를 매입하고 고기공장을 세웠다. 올 7월부터는 자체 물류시스템을 갖춰 가맹점에 제공하는 식자재 단가를 더 낮춘다는 구상이다. 백채 김치찌개의 핵심 재료인 김치도 직접 담그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내 김치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다.스터디카페로 사업 확장김치찌개로 재미를 본 두 청년 CEO는 스터디카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들은 현재 서울 신촌과 노원, 경기 고양시 등에서 스터디카페 ‘거북이의기적’ 직영점 7곳을 운영 중이다. 가맹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점포 수를 1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백채 프랜차이즈의 성공 경험을 거북이의기적에도 적용하기 위해서다. 거북이의기적 초기 사업자금 15억원은 모교 은사인 안시형·송인찬·서준식 교수 등을 포함한 지인들이 댔다.이들이 스터디카페에 주목한 이유는 대입, 취직, 자격증, 외국어 등 공부 수요가 넘쳐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역세권 등 번화가보다 조용한 곳이 더 각광받는 스터디카페의 특성상 임차료 등 투자금이 적게 든다는 점도 감안했다. 운영인력이 점포당 2~3명이면 충분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무엇보다 연간 또는 월간 회원으로 가입하면 전국 어느 곳에서든 스터디카페 서비스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거북이의기적이 가맹사업에 본격 나서면서 이들의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북이의기적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100여 개로 확장해 브랜드화에 성공할 경우 상장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FARM 이지훈 기자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5092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