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항상 새로워…50년 도전해온 이유죠"
“베토벤 곡은 연주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면을 발견합니다. 그 새로움은 마치 베토벤이 제게 던지는 질문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수백 번 연주한 곡인데도 매번 도전하고 싶게 합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3·사진)가 오는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리사이틀을 연다. 2013년 이후 6년 만의 내한 무대다. 부흐빈더는 전 세계 무대에서 지금까지 50회 이상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1~33번) 사이클’을 해내면서 베토벤 연주사에 한 획을 그은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다. 그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어린시절 빈 아카데미에서 열린 오디션에서 연주했던 ‘비창’을 시작으로 베토벤에게 감정적으로 끌렸다”며 “이후 베토벤은 제 레퍼토리와 인생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베토벤 소나타 10번, 13번, 25번과 함께 6년 전 연주했던 8번 ‘비창’과 23번 ‘열정’을 다시 한번 들려준다. 그는 “두 곡에 특별한 애정을 담은 건 아니지만 모두 연주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다”며 “베토벤 소나타 베스트로 묶어도 손색없는 걸작들”이라고 설명했다.

부흐빈더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에디션을 모두 39종이나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열렬한 베토벤 악보 수집가이자 연구자다. 완벽에 가까운 건반 장악과 풍부한 색채를 담은 터치는 이런 세심한 연구에서 나왔다는 평가다. 이번 공연에선 프란츠 리스트 에디션으로 연주한다. 그는 “리스트는 베토벤 오리지널 운지법에 집중한 피아니스트”라며 “어느 에디션보다 베토벤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은 에디션”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73세인 부흐빈더가 50년 넘게 연주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특별한 원동력은 없지만 연주를 준비하다 보면 매번 내 안에 잠들어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며 “베토벤은 제 영혼과 몸, 심장에 살아있기에 언제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다”고 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내년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항상 베토벤을 연주해 왔기 때문에 내년이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흐빈더는 최근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을 맺고 베토벤의 역작인 ‘디아벨리 변주곡’을 모토로 한 새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그는 “이 곡을 존재하게 한 출판업자 안톤 디아벨리처럼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막스 리히터, 도시오 호소카와, 탄둔과 같은 저명한 작곡가 11명과 함께 하는 새로운 모습의 디아벨리 변주곡”이라며 “음반 작업부터 공연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부흐빈더는 12일 공연에 앞서 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10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11일 아트센터인천에서도 팬들과 만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