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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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종교 활동도 하면 안될까. "백수는 교회에 오지 말라"고 주장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A 씨는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성인, 백수다. 신체 장애를 갖고 있어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A 씨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교회에서 점심을 제공한다는 얘길 들었고, "백수도 예수를 믿고 교회에 다녀도 되냐"고 문의하는 글을 온라인에 게재했다.

그러면서 "예수를 확실히 믿을 자신이 있다"며 "교회를 추천해달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A 씨의 글에 달린 답변이었다.

해당 글에는 "교회 헌금 중 하나인 십일조로 한 달에 20만 원에서 30만 원을 내는 것이 보통"이라며 "십일조를 안내거나 한 달에 10만 원 이하로 내는 사람은 눈치를 봐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라고 조언했다. 십일조는 수입의 10분의 1을 내는 헌금이다.

그러면서 "주일 헌금도 5000원 부터 몇만 원 정도는 해야한다"며 "어떤 한 사람의 십일조나 주일 헌금을 봐주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에 (상황을 봐주기) 어려운 얘기"라고 덧붙였다.

또 "그 외에도 건축 헌금, 절기 헌금 같은 헌금은 기본적인 헌금에 해당된다"며 "이것도 내지 않고 버틴다면 교회 생활하기 힘들 것이다. 경제적 형편이 안된다면 집에서 성경을 읽고 외우며 신앙 생활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도 적었다.

네티즌들은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의견과 "교회 욕하려고 쓴 글"이라는 반응으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헌금과 관련된 조언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나도 큰 교회에 다녔는데 헌금을 적게 내니까 눈치를 줬다", "요즘엔 헌금 봉투에 구멍을 뚫어서 얼마를 냈는지 지폐 색깔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더라", "헌금을 걷고 헌금액 명단을 읽어주는 곳도 있었다", "대기업 임원이던 삼촌이 유명 대형 교회를 다녔는데, 회사 다닐 땐 한 번 빠지면 목사 사모가 호들갑 떨면서 전화하곤 했는데, 은퇴하니 문자 한 번 없더라" 등의 경험담을 전했다.
일부 교회에서 사용된다는 헌금 봉투/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부 교회에서 사용된다는 헌금 봉투/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반대 측에서도 "공짜로 노숙자들에게 식사 대접하는 교회도 있다", "헌금함이 입구에 있어서 누가 냈는지 안 냈는지도 모른다", "모태 신앙으로 지금껏 교회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헌금 강요는 한 번도 당해보지 않았다", "기독교인이 아닌데도 저 글은 날조 같다" 등의 의견을 전했다.

교회를 비롯해 종교 단체는 신도들의 후원금, 기부 등을 통해 운영된다. 일명 헌금과 헌물은 액수가 아무리 커도 면세 대상이다. 여기에 대형 교회들이 경쟁적으로 건물 증축에 나서면서 "교세 과시 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건물 중축에 드는 수억 원의 비용 역시 특별 헌금 형태인 건축 헌금으로 충당한다.

최근 기독교에서 헌금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한국기독교윤리학회는 지난 4월 27일 "한국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혜택이 미치도록 경제적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신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학선언에서는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한편, 교회를 향해 "불의한 경제와 단호히 결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회의 '불의한 경제'란 부동산을 통한 자산 축적, 교세의 경쟁적 확장을 위한 무리한 헌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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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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