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모바일로 '쇼핑 권력' 이동…변화의 맥을 짚어라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 것인가. 고성장이 일자리를 척척 만들어내던 시대를 오랫동안 살아온 한국인들이 더 심각하게 직면하게 될 과제다. 우리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 변화가 리테일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쏟아내고 있다. 거리로부터 모바일을 향한 권력 이동은 눈에 도드라질 정도로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가 쓴 《리테일의 미래》(인플루엔셜)는 리테일 분야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나게 될 변화에 관한 현장 보고서다. 리테일은 돈이 몰리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만큼 변화의 최전방에 놓여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진행 중인 기술 변화가 자신의 생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거리에서 모바일로 '쇼핑 권력' 이동…변화의 맥을 짚어라
현장과 이론을 적절히 조화시킨 책이다. 마치 한 편의 논문처럼 잘 조직화됐다. 격변의 리테일 비즈니스 현장을 전하는 혁명의 징후들, 리테일 분야를 뒤흔드는 열 가지 변화, 미래 준비 등 세 개의 큰 주제로 구성돼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리테일 분야가 겪고 있는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 2016~2018년 미국의 오프라인 리테일 분야는 재앙 수준의 변화를 겪었다. 2017년 한 해 동안만 하더라도 연매출 5000만달러 이상의 리테일러 중 26개 브랜드가 파산했다. 중소기업을 포함하면 2017년 한 해에만 662개 브랜드가 문을 닫았다. 이 수치는 2016년보다 30% 늘어난 것이다.

미국 쇼핑몰 방문객 수 변화는 위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2010년 쇼핑몰 방문객은 3500만 명이었지만 2013년에는 1700만 명으로 50% 줄었다. 쇼핑몰의 앵커 스토어 역할을 담당해온 백화점의 고전은 눈에 띌 정도다. 전문가들은 2023~2025년 300곳이 넘는 쇼핑몰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책에서 비중 있게 다룬 부분은 2장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다. 오랫동안 리테일 분야를 주도해 왔던 쇼핑 관행을 뒤흔들고 있는 열 가지 리테일테크다. 저자는 책의 81~83쪽에 열 개의 변화를 대표하는 키워드와 적용 서비스, 사례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시한다. 인공지능, 소비 빅데이터, 미래형 오프라인 매장과 언택트 리테일, 옴니 채널,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로 구현한 가상 리테일, 캐시리스 리테일, 챗봇, 초저가 자체 브랜드, 스마트 물류, 블록체인을 통한 공급망 관리다.

저자는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한 보이스 쇼핑이 리테일 분야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자들은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고 있는 인공지능 비서인 알렉사의 활동을 읽으면서 ‘이것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쇼핑에 대한 의사결정을 쇼핑 비서가 대신해 주는 세상이 목전에 다가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리테일 분야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우리가 어떤 변화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