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사막 꿰뚫은 실크로드의 힘은 돈과 종교"
“‘중국편’ 시작을 중국 5대 고도(古都)로 불리는 서안, 낙양, 북경, 남경, 개봉으로 했다면 스스로에게 중화주의나 사대주의적 시각을 강요했을 겁니다. 동북 3성은 어떤 식으로든 애국주의적 입장을 녹여냈을지 모르죠. 반면 돈황은 동아시아 문화권 속에서 중국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볼 수 있는 곳이죠.”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70·사진)는 24일 서울 서교동에서 열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편 1·2》(창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답사 일번지로 돈황과 실크로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1993년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누적 판매부수 400만 부를 넘긴 베스트셀러다. 지금까지 국내편 10권, 일본편 4권을 냈다. 이번 ‘중국편 1·2’를 출간한 유 교수는 중국 고대국가 본거지이자 《사기》와 《삼국지》 무대였던 관중평원에서 시작해 하서주랑을 따라 옛 중국 문명 태동지이자 동서양의 연결고리였던 돈황 밍사산에 이르는 2000㎞ 여정을 답사했다. 실크로드를 6000㎞로 봤을 때 동쪽 3분의 1에 달하는 길이다.

돈황은 국내편 첫 답사지인 전남 해남·강진과 일본편 첫 답사지인 규슈 요시노가리처럼 다소 생소한 지역이다. 그는 사막 한가운데 홀로 있는 돈황 명사산 월아천 사진을 소개하며 “생소한 이곳에 가장 먼저 갔던 건 바로 사막 때문”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버스로 14시간 동안 가다 보니 이 무지막지한 사막을 뚫고 갈 수 있었던 힘은 ‘돈’과 ‘종교’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돈을 벌기 위해, 불경을 구하기 위해 오갔던 이 길은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의 마음에 큰 에너지를 품게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안에서 시작해 고비사막 끝자락을 지나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는 ‘실크로드’의 중간 도시였던 돈황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라고 덧붙였다. 돈황은 서역에서 중국으로 불교가 들어오는 동아시아 불교문화 교류의 핵심 통로였다. 유 교수는 2권에 소개한 돈황 막고굴을 통해 돈황과 실크로드가 우리 고대 불교사와도 뗄 수 없는 지역임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중국은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 문화를 주도해 나가는 동반자이자 우리 민족의 운명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막강한 이웃이기에 중국을 알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서문을 통해 집필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한·중·일 문화유산을 한 테이블에 놓고 비교해 볼 수 있게 됐다”며 “중국 역사에 대한 열등감 대신 우리 역사도 동아시아에서 큰 문화 지분을 가진 문화주주국가임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