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서는 에네스 콰르텟.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서는 에네스 콰르텟.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와 세종체임버시리즈 등 봄맞이 실내악의 향연이 한창인 가운데 색채가 뚜렷한 두 현악4중주단의 공연이 클래식 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감각적인 에네스 콰르텟과 깊은 음색을 지닌 보로딘 콰르텟이다. 두 단체 모두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로 유명한 차이코프스키 현악4중주 1번을 택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20일의 시차를 두고 ‘같은 곡’의 ‘다른 맛’을 느껴볼 기회다.

캐나다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가 이끄는 에네스 콰르텟은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멤버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국내 솔로 데뷔 15주년을 축하하는 무대다. 리더인 에네스는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독주와 작곡 등 2개 부문을 수상한 실력파 연주자다. 에네스와 용재 오닐, 에이미 슈워츠 모레티(제2 바이올린)와 에드워드 아론(첼로)이 함께하는 에네스 콰르텟은 2010년 시애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에서 결성돼 10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표현력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현악전문 월간지 ‘더 스트링스(The strings)’는 이들을 ‘드림팀 라인업’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에네스 콰르텟은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 연주를 선보인 2016년 내한 공연에서 나흘간 6회 공연 전석이 매진되며 인기를 확인했다. 이번엔 모차르트 F장조 K 590, 드뷔시 g단조 작품번호 11번, 드보르자크 ‘사이프러스’ 모음 중 일부, 마지막으로 차이코프스키 1번 작품번호 11번을 들려준다.

다음날에는 같은 장소에서 중국 지휘자 리신차오가 이끄는 KBS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한다. 실내악적 울림과 협주곡의 매력을 모두 담은 슈포어의 ‘현악4중주를 위한 협주곡’을 협연한다.
다음달 15일 서울, 19일 통영에서 연주회를 여는 보로딘 콰르텟.
다음달 15일 서울, 19일 통영에서 연주회를 여는 보로딘 콰르텟.
올해 창단 74년째를 맞는 보로딘 콰르텟은 다음달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이름을 딴 이 콰르텟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현악4중주단이다. 1945년 모스크바 음악원 학생들이 창단한 뒤 현재까지 이 학교 출신 멤버들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철저하게 자신을 버리고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콰르텟에선 연주자 간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창단 멤버인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의 뒤를 이은 발렌틴 베를린스키는 2007년까지 62년간 보로딘 콰르텟에서 활동하며 역사를 만들었다. 이후엔 그의 제자인 블라디미르 발신이 첼로를 이어받았다. 현재 멤버인 루벤 아하로니안(바이올린), 이고르 나이딘(비올라)도 1996년부터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다. 제2 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세르게이 로모프스키는 2011년 합류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보로딘 콰르텟은 하이든부터 모차르트,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프로코피예프,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내악 레퍼토리의 깊이 있는 해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1부에서 하이든의 현악4중주 29번 G장조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4중주 중에서 자주 들어볼 기회가 없던 9번을 선보인다. 2부에선 차이코프스키의 1번을 들려준다. 이어 다음달 19일에는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이날 공연에서는 쇼스타코비치 9번 대신 보로딘 콰르텟의 대표적 레퍼토리 중 한 곡인 보로딘의 현악4중주 2번을 들려준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보로딘은 실내악을 정립한 하이든부터 러시아의 음악 유산을 남긴 쇼스타코비치, 차이코프스키로 연결해 정통성을 뽐내는 반면 에네스는 모차르트와 드뷔시, 드보르자크와 차이코프스키를 다양하게 섞어 글로벌 리듬을 느낄 수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로딘이 전통의 수호자라면 에네스는 동시대적 감각을 담아내는 젊은 기획자로서의 연주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