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카지노서 내공 쌓은 천재 수학자, 월가까지 접수
수학과 물리학으로 카지노를 이기는 방법을 증명한 수학자, 계량적 투자 전략으로 금융시장에서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퀀트투자의 아버지, 세계 최초로 착용형(웨어러블) 컴퓨터를 발명한 사람….

이 모두는 천재 수학자 에드워드 소프를 수식하는 표현이다. 그는 과학과 도박, 유가증권시장 등 연관이 없을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면을 지닌 분야를 넘나들며 위대한 업적을 이뤄냈다. 소프는 회고록 《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를 통해 그가 걸어온 긴 여정을 소개한다.

소프는 1930년대 대공황이 한창이던 미국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주로 독학으로 수학과 과학을 공부했다. 그는 “어릴 때 독학 경험이 ‘카지노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처럼 널리 받아들여진 시각을 순순히 수긍하는 대신 직접 확인하는 사고를 기를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1958년 우연히 방문한 카지노에서 블랙잭 게임을 접하고 운이 좌우하는 도박의 세계를 연구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오랜 연구 끝에 얻어낸 필승 카드 전략을 논문과 책으로 소개했다. 한순간에 유명인이 됐고 백만장자들의 후원을 받으며 실전에 나섰다. 그는 카지노에서 연전연승하며 엄청난 돈을 벌었다.

소프의 전략은 ‘카드카운팅’으로 불리는 방법으로 승률을 조금씩 높이는 것이었다. 모든 카드는 기본적으로 같은 확률로 나온다. 게임이 진행되면 실제로 확률을 좌우하는 것은 남아 있는 카드다. 이미 나온 카드를 기억한다면 그에 따라 베팅을 다르게 할 수 있다. 확률이 유리할 땐 더 크게 베팅하고 불리할 땐 베팅 액수를 줄였다. 룰렛에서는 그가 발명한 초소형 웨어러블 컴퓨터를 장착하고 휠이 돌아가는 속도와 시간을 계산했다. 이를 통해 공이 어느 숫자로 떨어질 확률이 높은지 예측해 게임마다 평균 43%의 수익을 올렸다.

소프는 도박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지상 최대 카지노’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에 진출했다. 1960년대 증권시장에서는 우량기업을 저평가된 상태에서 매수해 초과 수익을 얻는 가치투자가 대세였다. 지금도 유효한 투자전략이지만 오히려 내재가치가 악화되거나 저평가 상태가 해소될 기미가 전혀 없을 때는 손실을 볼 수 있다.

소프는 주식과 신주인수권, 옵션, 전환사채 등 다양한 유형의 파생증권을 수학적으로 결합해 손실 위험을 최소화했다. 1969년에는 프린스턴뉴포트파트너스(PNP)라는 최초의 계량분석 전문 헤지펀드를 설립했다. 10년간 연평균 17.7%의 수익률을 냈다. 1987년 주가 대폭락 사태에도 손실을 보지 않았다. 1990년 펀드가 청산된 뒤 PNP의 모형은 시타델인베스트먼트에 이식됐고 이후 회사가 2000년대 세계 최대 헤지펀드로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소프는 일반투자자가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그는 “선전문구, 변덕, 감정보다는 논리와 분석을 따르고 자신의 지식과 평가 능력 안에 있는 투자 기회에 집중하라”며 “스스로 우위를 지녔다는 강력한 확신이 없는 한 도박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